[@뉴스룸/장윤정]달콤한 수수료 장사, 포기 못하는 은행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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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대출금 좀 일찍 갚는다고 꼭 수백만 원씩 수수료를 내야 하는 거야?”

은행 등 금융계를 담당하다 보니 평소 은행들에 쌓였던 불만을 쏟아내는 지인이 적지 않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주제’가 바로 중도 상환 수수료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대출금리도 많이 내렸는데 막상 더 싼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려고 하면 ‘중도 상환 수수료’가 큰 부담이 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대출자가 대출 만기가 되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경우 내야 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시중은행들은 통상 3년 이내에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대출 잔액의 최고 1.5%를 수수료로 받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은행이 가계대출이냐, 기업대출이냐, 담보대출이냐, 신용대출이냐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수수료율은 기준금리가 연 4.25%이던 12년 전에 정해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2.0%로 떨어지고,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졌는데 중도 상환 수수료율만 꿈쩍 않고 있는 셈이다. 고객들로선 은행들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수수료를 받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기간 10년을 예상하고 자금을 조달해 빌려줬는데 갑자기 고객이 돈을 갚아 버리면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 중도 상환 수수료라는 걸 아예 없애 버리면 대출금리가 0.01%포인트만 낮아져도 고객들이 수시로 대출을 갈아타는 행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출 종류에 따라 은행의 리스크가 다를 텐데 모두 똑같이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금융 당국도 진작에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은행들의 중도 상환 수수료 인하를 유도해 왔다. 2013년 중도 상환 수수료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외부에 용역을 맡겨 중도 상환 수수료 체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획일화돼 있는 중도 상환 수수료를 상품에 따라 차등 적용해라”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권고와 여론의 뭇매에도 은행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일부 금융회사들이 수수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이달 5일부터 대출 종류에 따라 최저 0.5%로 낮추며 스타트를 끊었다. 공기업인데도 수수료를 챙긴다며 비판을 받았던 주택금융공사는 조만간 금융위원회와 함께 내놓을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0.3%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인하를 검토하는 중”이라면서도 1.5%의 수수료율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로 예대 마진이 바닥인 상황에서 짭짤한 수수료 이익을 포기하기가 아쉽기도 할 것이다.

은행들은 매년 연초가 되면 ‘신뢰받는 금융기관’이 되겠다고 외치지만 손쉬운 수수료 장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공허한 구호로 들릴 뿐이다. 소비자 처지에서 생각하는 태도, 신뢰는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수수료#대출금#중도 상환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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