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원희룡 제주지사의 ‘변검’과 소신

베이징=구자룡특파원 입력 2015-01-12 03:00수정 2015-01-1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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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후임 지사 후보들이 모두 반대하는 사안을 현직 지사가 허가를 내줬다는 것도 문제지만, 허가대로 하면 제주도와 중국 등 투자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초고층 빌딩 건설로 한라산이 가리는 등 경관을 해치고 교통 상하수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를 번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투자자들도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을 찾은 그의 3박 4일 일정은 다른 지자체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첫날인 9일 관영 신화통신을 찾은 데 이어 10일 오전에는 중국국제방송(CRI), 오후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와 환추(環球)시보, 중국왕(中國網)과 잇달아 인터뷰를 했다. 11일에는 다궁(大公)보 등의 중화권 언론 8개사와 만나고 12일에는 상하이로 가 현지 언론과 합동 간담회를 갖는다.

원 지사가 새해 벽두 ‘중국 언론 설명 투어’에 나선 것은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전임 지사 시절(5월 28일) 허가가 난 ‘제주 드림타워’의 건축허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뒷수습이다. 중국 언론은 지사가 바뀌니 ‘볜롄(變검·변검)하느냐’며 한국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변검은 얼굴에 쓴 가면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중국의 전통 공연이다. 원 지사는 “마치 반중국적이라는 왜곡된 시선이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방중 목적을 말했다.

당초 56층 218m로 허가받았던 드림타워는 중국 뤼디(綠地)그룹과 동화투자개발이 38층 168m 높이로 변경했고 교통대책도 보완됐다. 사업 최종 승인은 심의위원회의 절차가 남았다. 하지만 원 지사가 중국에 와 설명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중국 투자자와 제주도가 맞서기보다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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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지사는 2013년 초 6개월간 베이징대에서 연수하며 중국과 중국어를 배웠다. 그는 “중국이 한국의 미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어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대한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286만 명이 찾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도착 금액 기준 5억48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중국 투자 때문이다. 2010년 ‘5억 원 이상 부동산 투자자에게 거주 비자를 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주겠다’는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 말까지 거주 비자를 받은 외국인 1007명 중 98.5%인 992명이 중국인이다. 올해는 첫 영주권자도 나온다.

원 지사는 “제주를 사랑하는 중국인들은 소중하고 고마운 파트너”라며 “제주의 청정 자연,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윈윈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설명 투어’는 오해를 풀고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소신이 관철됐다고, 그래서 중국 투자자들이 모두 승복했다고 안심할 것은 아니다. 뤼디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국 사업가는 중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관(官)과 맞서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치밀한 실용성에 따른 것이지 모두 승복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비자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도는 중국이 한국을 보는 창(窓)과 같은 곳이다. 제주의 관광과 투자 정책이 어떻게 인식되는가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지사는 ‘윈윈을 위한 소신’이라고 하지만 ‘변검’으로 받아들여질 것은 없는지 따져보는 데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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