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2015년 알린 보신각 종지기 소망은 “종소리에 실은 모든 소원 들어주오”

강홍구기자 입력 2015-01-03 03:00수정 2015-01-0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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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한 시간여 앞둔 시각.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한 남성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나타나 양팔을 벌려 보신각종을 껴안았다. 이내 왼쪽 귀를 붙이고는 오른손으로 종을 가볍게 두드렸다. ‘종 몸풀기’라고도 불리는 이 작업은 영하의 날씨에 노출돼 있던 종이 제대로 된 소리를 내도록 하는 준비 과정이다. 종을 껴안은 이 남성은 신철민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주무관(41). 2006년부터 매년 보신각 타종식을 돕는 제5대 종지기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을미년 새해가 열리는 순간,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을 만나 새해를 맞는 소감과 소망을 물었다. 신 주무관은 “종을 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막상 33번 종이 울릴 때는 소원을 못 빈다”며 “매년 올해보다 새해에 더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같은 시각, 보신각 인근 종각역 4번 출구 앞에는 이상일 서울 은평경찰서 방범순찰대 경장(38)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불가피하게 일부 인도를 통제하자 상인, 취객 등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이 경장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경장은 “미뤄 둔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새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5619번 버스를 운전하는 범일운수 소속 신창균 씨(60)는 운전대를 잡은 채 새해를 맞았다. 30대 아들과 딸을 둔 신 씨는 “정년이 다섯 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두 아이 결혼은 시키고 그만둬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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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의 고민도 깊었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에는 22명의 학생이 남아 있었다. 23일 있을 간호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는 간호학과 4학년 조윤지 씨(24·여)는 “마음이 급해 어머니의 만류에도 도서관에 왔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형우 씨(25)는 졸업을 하고도 취업을 못해 지난 한 해 PC방, 술집, 편의점 등을 돌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최 씨의 새해 소망 1순위는 단연 ‘취업’이다.

오전 1시 30분경, 타종 행사가 끝나고 보신각 앞에 모인 이들이 흩어지는 시간에도 신 주무관은 보신각종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해의 시작을 알린 보신각종에 맨손을 대고 선 채 그는 “모든 사람의 소원을 이뤄 달라”고 빌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보신각#새해#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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