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주도한 남북 당국 회담이 성사되면 정부는 북한에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을 제안할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가 확인되면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든지 가능한 기반이 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남북 당국 회담을 제안하면서 “내년에 이산가족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당국 회담이 성사되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을 주요 의제로 제기할 방침”이라며 “설 연휴 전에 상봉 제안과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최우선 목표로 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 접근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24일 개성을 방문했던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에게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뿐 아니라 그동안 소극적이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언급했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김양건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 사전 점검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처럼 별도의 남북적십자 채널로 불규칙하게 이뤄지는 이벤트식 상봉으로는 이산가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산가족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한국 측 상봉 신청자)은 6만8871명이다. 이산가족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10년 안에 해결하려면 산술적으로 매년 6800명꼴로 만나야 한다. 하지만 상봉행사가 성사되더라도 한국 측 신청자는 겨우 100명 정도가 북측 가족을 만난다.
정부는 남북이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을 하면 상봉이 절실한 직계 가족은 1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새 자료를 토대로 자유로운 서신 교환과 함께 이산가족들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상시 상봉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강산관광지구 내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 대신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운 개성공단이나 경기 파주에 상시 상봉소를 만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면 대북 지원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다른 부분에서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북측이 이런 제안에 호응하면 쌀과 비료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한다는 방안이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류 장관도 잇따라 대북 비료 지원 재개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회담이 시작돼 이산가족 문제를 북한과 논의하기 전에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연계한 구체적인 ‘지원 카드 목록’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이산가족 상봉과 쌀, 비료 지원을 연계했다. 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0월 수해 지원을 마지막으로 중단됐고, 비료 지원은 2007년 멈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