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2백42억 행운의 사나이, 사기꾼으로 몰락하다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4-12-04 18:10수정 2014-12-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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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로또 당첨을 ‘인생 역전’의 기회라 생각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돈벼락이 최악의 결과로 돌아올 때가 있다. 최근 로또 1등 당첨자가 5년 만에 당첨금을 모조리 탕진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기 피의자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로또 복권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 2백42억원의 주인공인 김모(52) 씨가 최근 전 재산을 탕진하고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2003년 5월 로또 1등에 당첨된 김모 씨는 주식과 부동산, 사업 등에 투자했지만 모두 실패해 5년 만에 당첨금을 전부 탕진하고,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B씨에게 주식 투자 전문가 행세를 하며 1억5천여만원을 뜯어냈다.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을 이토록 허무하게 날려버린 김씨. 과연 어떤 이유로 그는 행운의 사나이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했을까. 2002년 우리나라에 로또가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이 일확천금 열풍에 휩싸여 있을 무렵, 김씨는 25번째 로또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됐다. 당시 그는 지난 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이월된 금액까지 더해 총 2백42억원을 받게 됐다. 이는 로또 평균 당첨금 20억원의 12배에 달하는 거액으로, 세금을 떼고도 1백89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뚜렷한 직업 없이 소액 주식 투자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생긴 거금을 각종 투자에 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서울 서초구에 있는 20억원 상당의 주상복합 아파트 두 채를 구입했고, 주변의 권유로 친인척이 설립하는 병원에 35억원을 투자했다. 그 밖에도 가족에게 무상으로 20억원을 증여했으며 나머지는 전부 주식에 투자했다. 로또 당첨 후 결혼도 했다. 하지만 꿈 같은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주식은 바닥을 쳤고 병원 설립에 투자한 금액은 서류상의 문제로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가족에게 준 20억원을 두고 “증여가 아니라 맡긴 것”이라며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2009년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혼 생활도 끝내 파탄이 났다.

이재에 밝지 못하면 로또 당첨 후 원래 생활 이어가야
하지만 김씨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파트 두 채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 또다시 주식 투자에 나섰다. 결과는 대실패. 아파트를 잃은 것은 물론 제3금융권에 1억3천만원의 빚까지 졌다. 김씨는 2010년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여성 B씨를 상대로 사기 행각까지 벌였다. 자신을 주식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선물 옵션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내주겠다는 말로 1억2천만원을 받아낸 것. 당시 그는 로또 당첨금 영수증, 고급 아파트 매매 계약서 등을 보여주며 B씨의 환심을 샀다고 한다. 하지만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자 B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김씨는 자신이 벌이고 있는 ‘20억원 증여 소송’ 서류를 보여주며 승소하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소송 비용 명목으로 2천6백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돈을 주지 않자 B씨는 결국 2011년 김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김씨는 3년간의 도피 끝에 지난 10월 15일 악성 사기범 집중 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당시 김씨는 특별한 거주지도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며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서 청소 및 운전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중에도 끊임없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 김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로또 당첨 후 불행해진 경우는 김씨만이 아니다. 올 3월에는 13억원 로또 수령자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뒤 절도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7월에는 18억원 당첨자가 사업 실패로 재산을 날린 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 줄 거라 믿었던 로또가 오히려 스스로를 해치는 독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흔히 ‘로또의 저주’라 부른다. 이와 관련해 강남을지병원 중독재활복지학과 최삼욱 교수는 “평소 재정 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로또처럼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겼을 때 타인에 의해 혹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 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김씨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나에게 행운이 올 거야’라고 믿는, 일명 ‘도박자의 오류’에 빠져 주식에 무모한 베팅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에 밝지 못하고 돈에 대한 개념이 확실치 않은 사람일수록 갑자기 생긴 돈다발에 흔들리지 말고, 원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로또 1등 당첨 후 무분별한 투자와 소비는 오히려 불행의 단초가 된다.

로또 도입 12년, 당첨 후에도 행복하게 사는 비결
우리나라에 로또가 처음 도입된 건 2002년 12월 2일. 기존의 복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당첨 금액 때문에 전국은 로또 열풍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은 총 3천7백40명으로 최고 당첨금은 4백7억2천2백만원이다. 복권위원회 나눔로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배출된 1등 당첨자는 총 3백93명. 이 중 1인 최고 당첨금은 1백42억원(세전)이고 최저 당첨금은 4억원(세전)이다.
나눔로또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응한 1등 당첨자 1백68명의 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1등 당첨자의 상당수가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30~40대 기혼 남성이다. 이들의 직업 대부분은 자영업 내지 행정·사무직이며 월평균 소득은 3백만원 미만에 30평대 규모의 자가 아파트를 소유한 경우가 가장 많다. 평균 복권 구입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복권 구입 기간은 ‘5년 이상’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당첨금 수령 후 현재의 본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9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나눔로또 관계자는 “로또로 패가망신했다는 사연이 더러 이슈가 되긴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로또 1등에 당첨된 3천여 명 중 돈 관련 송사에 휘말린 경우는 10여 건에 불과하다. 로또 당첨 후에도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등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갖지 않는다면 로또와 무관하게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김유림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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