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신랑은 코치, 들러리는 라이벌~ 박인비의 ‘온그린’ 결혼식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4-11-21 17:23수정 2014-11-2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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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세계 랭킹 2위 박인비 선수가 골프 웨어가 아닌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린 위에 섰다. 코치로 세계 무대를 함께 누볐던 남자는 신랑, 경쟁 선수들은 들러리가 돼 축제 같은 결혼식을 즐겼다. ‘골프 여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박인비의 특별한 웨딩마치.

달달한 로맨스는 순정 만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버스터급 러브 스토리가 지난 10월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CC에서 결실을 맺었다. 주인공은 LPGA 세계 랭킹 2위 박인비(26) 선수와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온 남기협(33) 코치. 두 사람은 박인비 선수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6년 처음 만났다. 박인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남씨는 KPGA 프로 선수 생활을 접고 박인비의 스윙 코치로 세계무대를 함께 누비며 뒷바라지해왔다. 박인비 선수는 이듬해 LPGA에 데뷔, 2008년 US 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2013년 올해의 선수상 수상, 메이저 대회 통산 5승 등 눈부신 활약을 보여왔다. 박인비는 지난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남기협 씨와의 러브 스토리에 관해 말하며 “사람들은 그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정말 운 좋은 사람은 나다. 그가 있어서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1년 약혼했다.

“사랑하는 인비야, 결혼해 줄래?”
골프장에 어둠이 살짝 내려앉은 오후 5시에 시작된 예식은 결혼식이라기보단 흥겨운 파티 같았다. 비슷한 또래 골퍼인 최나연, 유소연, 오지영, 김인경 선수가 들러리를 섰다. 노르웨이의 수잔 페테르센, 대만의 청야니 등 박인비와 LPGA 세계 랭킹을 놓고 다투는 해외 선수들과 박지은, 신지애, 김하늘 등 국내 선후배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인비는 디자이너 이명순의 웨딩드레스를, 남씨는 로드앤테일러의 예복을 입었다.
식이 시작되기에 앞서 신랑이 그동안 아껴뒀던 프러포즈를 했다. 그가 하객들 앞에서 “함께한 6년 동안 넌 참 따뜻하고 순수한 아이였다. 네 긍정의 에너지 덕분에 나도 덩달아 즐거웠다. ‘골프 여제’와 ‘여왕의 남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따라붙었지만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 진부한 수식어보다는 우리의 사랑이 더 소중하다. 늘 나에게 진실한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인비야, 결혼해줄래”라고 말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은 식장에 손을 잡고 함께 입장했으며 이들의 스승인 임진한 프로와 백종석 프로가 주례사를 대신해 덕담을 건넸다. 사회는 김제동이, 축가는 박인비의 평소 팬인 정동하가 불렀으며 식이 끝난 후엔 와인 파티가 이어졌다.
박인비는 결혼식 사흘 후인 10월 16일 곧바로 하나외환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하면서 다시 ‘선수 박인비’로 돌아왔다. 신접살림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마련했으며 신혼여행은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 몰디브로 떠날 예정이다.

여성동아에 드레스 첫 공개, 박인비 인터뷰
10월 6일까지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열린 레인우드 클래식에 참석한 박인비는 그날 저녁 서울로 날아와 다음 날 웨딩드레스 가봉을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숨 가쁜 일정에 지쳐 쓰러졌겠지만 박인비의 얼굴엔 웃음과 설렘이 가득했다. 예비 신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기협 씨의 표정에선 깊은 사랑이 읽혔다.

어머니는 딸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고 하던데, 정작 본인은 담담한 것 같다. 결혼하는 게 실감 나나.
어제까지 경기를 뛰다 왔기 때문에 (드레스 가봉이) 시합 중간에 있는 행사의 일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그런데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정말 내가 결혼하는구나!’ 싶어진다.

결혼식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파티 같은 분위기에서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을 꿈꿨다. 골프장에서 결혼식을 하게 된 건 우리가 골프로 맺어진 인연이고, 사실 야외 결혼식을 하기엔 골프장만큼 좋은 곳이 없다.

LPGA 경쟁 선수들이 결혼식 들러리를 서는 게 보기 좋다.
들러리를 부탁했을 때 다들 선뜻 해주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필드 위에서는 경쟁하는 사이지만 골프장 밖에선 그냥 친구다.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안다.


남기협 코치를 보며 언제 결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부모님께 데리고 가면 참 좋아하시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 생각에 확신이 생겼고 기대감이 커졌다. 내가 가장 힘들 때 같이 다니기 시작했는데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낸 덕분에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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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의 살림 실력이 궁금한데.
걱정이다. 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정도는 할 줄 알지만 시부모님께 멋지게 한 상 차려드릴 정도의 요리 실력은 못 된다. 그렇지만 좋은 아내,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텐데.
결혼 후엔 지금보다 책임감 있고 성숙해져야겠지만 골프 선수로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골프도 재미있고, 응원해주시는 팬들께도 보답해야 한다. 2016년 올림픽까지는 선수 생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글·김명희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카마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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