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자 보호’ 日정부 약속 명시… 납치담당상 “노코멘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日정부 발뺌 논란]납북 메구미 약물사망

일본 정부가 올해 9월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橫田惠)의 사망 배경을 극비 조사한 사실을 부인하면서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조사보고서 작성과 일본 납치대책본부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동아일보가 입수한 극비 자료에는 일본 정부의 개입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기획관 등 관계자 명함이 첨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각관방 기획관’… 명함 첨부된 보고서 동아일보가 7일 입수한 요코타 메구미 사망 배경을 조사한 극비 보고서에 첨부된 일본 정부 인사 3명의 명함(점선안).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 사무국과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의 확약서에 첨부된 명함은 메구미 사망 배경을 놓고 공동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물에 해당한다. 최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에게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직함을 공개했다.
‘내각관방 기획관’… 명함 첨부된 보고서 동아일보가 7일 입수한 요코타 메구미 사망 배경을 조사한 극비 보고서에 첨부된 일본 정부 인사 3명의 명함(점선안).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 사무국과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의 확약서에 첨부된 명함은 메구미 사망 배경을 놓고 공동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물에 해당한다. 최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에게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직함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또 ‘질문들을 통해 얻은 정보 등 증언자 정보’에 대한 비밀 확약 문구와 함께 ‘일본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 사무국’도 적시돼 있다. 증언자를 상대로 메구미 사망의 원인을 묻는 질문의 주체가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증언자가 일본어를 못하는 북한 출신임을 감안해 질문과 ‘정보 비밀 확약’ 문구가 모두 한글로 작성됐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스가 장관과는 달리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납치문제담당상은 이날 납치문제대책본부의 조사 관여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가 메구미 사망과 시신 유기 증언이 담긴 조사 내용을 부인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진행 중인 북-일 교섭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일 교섭은 메구미의 생존을 매개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빅딜’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메구미의 타살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오면서 북-일 교섭의 기본 전제가 무너진 셈이다. 아베 정권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한미일 3국의 대북 제재 공조 체제를 깨면서까지 대북 제재를 일부 풀었던 만큼 대외적 파장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스가 장관이 메구미가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했다는 병원 관계자의 증언이 담긴 조사보고서에 대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파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스가 장관의 발언은 거짓말 논란으로 번지면서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그는 ‘메구미가 사망했다는 이번 정보의 신빙성은 정부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가 직접 만든 질문에 따른 증언까지 스스로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 대책본부는 9월 조사에서 “메구미가 죽었을 때 곁에 사람이 있었나?”라고 묻기도 했다.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와 함께 조사에 참여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6일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로부터 ‘관계자 신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보고서 내용을 공개해도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런데도 스가 장관이 보고서가 정부와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납치문제대책본부는 아베 총리가 처음 총리에 올랐던 2006년 9월 내각에 설치됐다. 총리가 본부장이며 모든 각료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업무는 납치 관련 정보 수집과 국민 계몽, 대북 라디오방송 운영 등이다. 메구미 사망을 목격한 북한 관계자 면담은 정보수집 활동에 해당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증언자 보호#납북#메구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