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신의 분노’ 작전에서 ‘엔테베 번개’ 작전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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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9월 5일 독일의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 8명의 무장대원이 잠입했다.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인 ‘검은 9월단’이었다.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를 습격한 이들은 2명을 사살하고 9명을 인질로 붙잡은 채 이스라엘에 투옥된 팔레스타인 죄수 200여 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올림픽은 중단됐고 독일 정부는 진압작전에 나섰으나 결국 인질 전원이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 후 7년에 걸쳐 ‘검은 9월단’ 지도자들이 유럽 곳곳에서 암살당하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이 뮌헨 참사와 관련된 이들을 추적해 응징하는 대대적인 보복 작전을 펼쳤다. 이 와중에 1973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선 모로코인 청년이 테러조직의 간부로 오인받아 살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전화기와 침대 아래 폭약을 설치하는 등 스파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수법이 동원된 당시 작전의 이름은 ‘신의 분노’. 할리우드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05년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뮌헨’을 만들었다.

▷이 작전을 지휘한 모사드 출신 마이크 하라리가 21일 텔아비브에서 87세를 일기로 숨졌다. 모사드 내에 비밀 암살조직 키돈(창·槍)을 만들었던 그는 ‘엔테베 번개’ 작전에서도 활약했다. 1976년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납치한 민간 여객기에 탑승한 이스라엘인을 성공적으로 구출해 냈다. 우간다 엔테베 공항까지 4000km를 날아간 그는 사업가로 위장해 번개 작전에 참여했다.

▷그는 민간인 오인 살해사건 때문에 모사드의 수장에 오르진 못했지만 ‘모사드의 전설’ ‘시온주의자 제임스 본드’로 불리며 조국에서 추앙받았다. 올해 초 ‘작전의 거장’이란 전기를 펴낸 그의 타계 소식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싸운 가장 위대한 전사 중 한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개혁을 말할 때면 어김없이 언급된다. 모사드에 찬란한 유산을 남겨준 하라리 같은 인물이 우리 국정원에도 있을지 궁금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뮌헨#검은 9월단#신의 분노#엔테베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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