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여인들의 유대 ‘외로운 엄마’ 구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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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마’와 일드 ‘우먼’

똑같이 불치병에 걸린 싱글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 ‘마마’(위쪽)와 일본 드라마 ‘우먼’. MBC 제공·일본 니혼TV 화면 촬영
똑같이 불치병에 걸린 싱글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 ‘마마’(위쪽)와 일본 드라마 ‘우먼’. MBC 제공·일본 니혼TV 화면 촬영

MBC 주말드라마 ‘마마’의 주인공 승희(송윤아)는 옛 연인 태주(정준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홀로 키워 온 싱글맘이다. 캐나다로 건너가 아들을 키우며 살던 중 승희는 위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승희는 결국 아들을 태주에게 맡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태주와 부인 지은(문정희)이 과연 아들을 맡아 잘 키워줄 만큼 화목한 가정인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일본 니혼TV에서 2013년 방영한 ‘우먼’은 마마와 여러 가지 설정이 닮아 있다. 주인공 고하루(미쓰시마 히카리)는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남편은 전철 사고로 죽었다. 천애의 고아였던 승희와 비슷하게 아버지는 죽고 엄마는 어릴 적 도망가 의지할 가족도 없다.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이어가던 고하루는 갑자기 재생불량성빈혈, 즉 백혈병 선고를 받는다.

생활수준은 승희가 월등히 앞선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동분서주하는 고하루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을 해 영양실조에 걸릴 지경. 반면 캐나다에서 민화 화가로 성공을 거둔 승희는 지은이 진 빚 수천만 원을 단번에 갚아줄 정도의 당당한 ‘능력자’다.

하지만 자식을 둔 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선고를 받은 엄마는 돈이 많든 적든 무력하긴 마찬가지다. 승희가 캐나다에서 믿고 일을 맡기던 비서에게 아들을 부탁하려 하자 비서가 “다른 화가와 일하게 됐다”며 거절하는 장면은 승희와 고하루가 처한 문제가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고하루도, 승희도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엄마들인 것이다.

사실 두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모두 외롭다. 부족한 형편에 아이 교육시키느라 줄줄이 빚을 진 채 남편에겐 말도 못하는 지은이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딸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고하루의 엄마, 공부 잘하는 아들만 바라보며 아들의 앞길에 방해되는 여자는 우악스레 끊어내 온 태주의 엄마, 남편의 불륜에 눈감은 채 살다 이젠 며느리 눈칫밥을 먹느라 우울증에 걸린 지은의 엄마까지. 모두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속을 끓여온 엄마들이다.

두 드라마는 모두 승희와 고하루가 의지할 다른 누군가를 찾아 손을 내밀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들이 손을 내미는 대상은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닌, 나처럼 힘들고 외로운 또 다른 엄마다. 승희는 과거 자신의 남자를 빼앗은 지은에게 복수하는 대신 곤경에 처한 지은을 돕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으나 나중엔 진심으로 지은을 이해하게 된다.

고하루는 평생 미워해 온 엄마를 찾아 자존심을 꺾고 아이들을 부탁한다. 엄마가 남편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엄마를 용서하고 살을 부대끼며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한다.

고하루의 경우,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승희의 경우 아직까지 결과는 불투명하다. 승희가 남편 태주의 옛 연인임을 알게 된 지은이 눈물을 흘리며 배신감을 느끼는 장면이 지난주 방영됐다. 과연 여자들 간의 유대가 질투와 배신을 이기고 이 외로운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마마#우먼#싱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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