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판정’ 송일수 6전6패, 김응용 4전3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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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넘긴 프로야구 새 제도
이만수 감독은 한번도 요청 안해
16일간 총 20번 중 9번 번복돼… 6번은 득점-스리아웃으로 연결

프로야구에 심판 합의 판정이 도입된 지 16일이 지났다. 그런데 SK 이만수 감독은 합의 판정을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반면 두산 송일수 감독은 여섯 차례나 요청했다. 이유는 같다. 두 감독 모두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송 감독과 함께 합의 판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감독은 LG 양상문 감독이다. 애매한 상황에서 “일단 쓰고 본다”는 것이 두 감독의 지론이다. 최종 판정은 심판진이 할 테니 주어진 기회를 굳이 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번복 판정을 한 번도 얻어 내지 못한 송 감독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납득할 수 있는 판정을 얻게 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4번의 도전 끝에 4일 넥센전에서 처음으로 번복 판정을 받았다.

6일까지 이뤄진 합의 판정은 모두 20번. 이 중 16번(80%)은 아웃·세이프 판정이었고, 9번(45%)은 판정이 번복됐다. 번복 판정을 이끌어낸 것이 곧바로 팀 승리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득점이나 스리아웃으로 이어진 사례는 6번이나 됐다. 경기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아직 초기이지만 제도 도입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일단 그라운드에서 심판의 오심에 항의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팬들의 요구가 컸고 이를 현장이 받아들였다. 시행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식’을 놓고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30초 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30초(이닝 세 번째 아웃 때는 10초) 내에 신청을 해야 하고, 판정 번복에 실패하면 다음 기회가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 자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갖춘 메이저리그와 달리 TV 중계방송의 리플레이 영상을 활용하는 탓에 30초 룰을 지키려면 선수, 주루 코치들의 사인과 감독의 감에 의존해야 하는 때가 많다. 류 감독은 “30초 룰을 없애거나 기회를 2번까지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아예 리플레이 영상 없이 제도를 운영하자는 화끈한 제안을 내놨다. 실수도 야구의 일부라는 것이 이유다. 염 감독은 “감독과 심판들이 실수도 하고, 이들의 판단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번 시즌 룰은 정해졌고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주어진 기회를 버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한 번도 신청하지 않은 이만수 감독이 “게임마다 (기회가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프로야구#심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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