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 차례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야구대표팀 명단이 28일 발표되자 ‘배려’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축구와 비슷하다. 몇몇 선수는 성적을 기준으로 뽑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팀의 군 미필 선수를 골고루 선발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야구팬이라면 대표팀 명단만 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류 감독도 지난주 “누구를 뽑아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논란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논란을 피하지 않은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오랜 꿈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태극마크만으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하다. 따라서 새로운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속물이라고 비난을 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 이번 야구대표팀 선발 전 군 미필 선수들은 대표팀 승선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군대를 갔다 온 선수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대표팀 선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야구는 단체경기다. 지명타자까지 포함해 그라운드에 나서는 10명의 역할이 각기 다르다. 경기 상황과 팀 작전에 맞춰 9명의 타자가 타석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도 달라진다. 그래서 홈런 타자는 물론이고 주루 플레이를 잘하는 타자도 필요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정근우(한화)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나는 주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주자로 나갈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득점을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그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대주자로 나가 동점 득점을 올렸다. 사격이나 유도, 레슬링과 같은 개인종목과는 달리 단체종목은 대표팀을 선발하는 데 고려할 것이 많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성적표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당시 팬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했던 박지성과 김남일을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군 미필 선수 못지않게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강한 사람은 류 감독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프로야구 삼성 감독에 부임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프로야구를 3연패한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굴욕이다. 그런 만큼 국가대표 감독으로 두 번째 국제대회인 이번 아시아경기를 준비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인천 아시아경기에 라이벌 일본은 사회인 야구 출신으로 대표팀이 구성돼 한국보다 전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만은 프로선수들로 팀이 꾸려져 한국이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따 놓은 당상’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는 류 감독이 팀 전력 강화보다는 ‘배려’를 우선해서 선수 선발을 했다는 주장은 억지다. 다만 비슷한 기량과 성적을 갖춘 선수들 중에서 일부만을 선발해야 했을 때 어느 한 팀도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를 했다는 주장이 더 적절하다. 그것은 모든 팀들의 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부디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류 감독의 배려가 더이상 비난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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