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조사위 수사권… 의사상자 지정 등 정파적 접근
국민들이 느낀 참회와 비탄… 안전사회 건설 결의마저 여야, 정치싸움으로 변질시켜
대통령 천명한 국가개조도 구체적 청사진 안보여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
슬픔은 옅어지고, 공감대는 얇아졌다. 비극적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도, 국가개조에 대한 기대도, 희생을 기리고 그 의미를 공동체가 되살리는 일도 버거워 보인다. 그 대신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이제는 유족들에게 비난이 가득하고, 국론마저 분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야의 대결 근성은 참사와 희생자에 대한 태도마저 여야 정쟁으로 탈바꿈시켰다. 희생자를 기리는 게 야당의 독점 전략처럼 비치는 형국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린 꽃잎들을 수장시키고 국민들이 느꼈던 참회와 비탄,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의마저 100일이면 여야 정치싸움으로 변질시키는 우리 사회의 공공성 수준이 경악스러울 뿐이다.
생각해 보자. 의사상자 지정을 둘러싸고 우리는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유족들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누가 5월 야당 대표의 유족면담 목록에 갈등의 소지를 자의적으로 끼워 넣어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여당의 위원장은 유족이 아니라고 해명을 하는데도 왜 자꾸 정쟁을 지속하는가? 본질적으로 의사상자란 희생자의 헌신을 국민들이 추념하고 보상하고 싶어 희생자에게 헌사하는 명칭이다. 희생을 희생으로 기려야 공동체는 그 의미를 영원히 기억하게 된다. 차라리 보상이 미흡하여 사회적 성금운동이라도 일어나는 걸 보고 싶고, 거기에 참여하고 싶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대까지 동원하며 어마어마한 수색을 벌이다 ‘40일 전 주범이 죽었는데, 사인을 알 수 없다’고 하는 검경에 수사를 일임하자는 주장은 억지다. 그것으로 불신을 해소할 수 없고, 사건을 영구 미스터리로 남게 할 뿐이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해법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검경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의 연결고리를 쥐어 주어야 한다. 직접 수사권을 갖는 게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여당 주장이 맞는다면, 특별검사와의 연결고리를 설정하여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단원고 3학년에 대한 정원외 특례입학 자격 부여 논란도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한다. 그들 역시 피해자임이 분명하고, 배려의 대상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대학의 특례입학 자격요건을 결정하게 되었고,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시비와 갈등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학생선발의 기준과 내용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배려를 받아야 할 학생에 대하여 배려를 하는 게 성숙한 사회의 모습 아닌가. 이런 논란이야말로 정부의 규제욕망과 대학의 입시부정 사례가 결합하여 만든 관치(官治)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그 부작용일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의 학생정원에 대해 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가 무안을 당한 기억이 떠오른다. 사립대의 경우, 대학의 정원을 정부가 통제한 적이 없고, 더구나 특례입학 조건을 정부가 결정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 국가개조의 행방이다. 참사 후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천명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다짐했다.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가개조의 방향으로 사회적 공감대와 에너지를 이끌어야 했다. ‘적폐를 척결해야 한다’며 극단적 용어를 반복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외려 도드라지게 들릴 뿐이다. 국가개조란 사회적 위기의식 속에서 재빨리 착수한 후 오래 지속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과제인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체감되지 않는다. 공무원 비리에 대하여는 총리 산하에 설치한 부패척결추진단이 작동을 할 것이니, 정치개혁과 사회구조의 개혁을 위한 협의체를 서둘러 구성하고 대통령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유족 대표들도 여기에 반드시 참여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회에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될지라도, 정치는 그것을 용해하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극렬집단에 정당이 포로가 되면, 국회는 공공성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 ‘이익정치’가 아니라 ‘공공선의 정치’로 국회가 신뢰받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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