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희생자 신원확인 지휘했던 우옥영 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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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기억하겠습니다]<중>팽목항, 지켜온 사람들
“우리 아들… 참 잘생겼죠” 쓰다듬던 엄마… 어떻게 잊을까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작업을 지휘하던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우옥영 검사(35·여·사진)에게 4월경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아이를 더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부탁에 두 사람은 희생자가 안치된 곳으로 들어갔다. 차갑게 식은 자식의 얼굴을 한참 만지고 쓰다듬던 이 어머니는 “우리 아들 잘생겼죠. 진짜 마흔 넘어 하나 얻은 아들인데, 이렇게 만든 사람들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 검사는 “결국 울고 말았다. 이분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꼈던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검사를 비롯한 목포지청 검사들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설치된 임시 시신안치소와 전남 목포시 소재 병원 등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검시(檢屍)를 진행했다. 검시는 죽은 사람의 사망 원인과 신원을 확인하는 업무로 검사가 담당한다. 우 검사는 “슬픔과 초조함으로 팽목항이 회색으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밤새 이어진 업무와 강한 햇빛에 혼절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3년 차 평검사인 우 검사는 일곱 살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희생자 가족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었다. 남성 법의관과 검사가 숨진 딸을 만지고 옷을 벗기는 걸 거부하던 가족에게 “여성인 제가 불미스러운 일 없도록 따님을 보겠다”며 여경 등과 즉석에서 팀을 꾸려 신원 확인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들의 시신 상태는 변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평생 마음에 남을 수 있는데 꼭 봐야겠느냐’고 물으면 한 분도 빠짐없이 보겠다고 하신다. 마음이 먹먹해져 입을 떼기 힘들다”고 했다. 우 검사를 비롯한 검사들은 10명의 실종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누구에게도 억울함이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포=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우옥영#세월호#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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