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학교 피해 곤두박질…“더 큰 희생 막으려 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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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지원 소방헬기 추락]
추락뒤 2차례 폭발… 버스 기다리던 여고생 부상
수업중인 학교와 인근 상가에까지 파편 날아들어

아찔한 순간이었다. 추락사고 현장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블랙박스에 찍힌 화면을 보면 소방헬기는 거의 80도 각도로 쏜살같이 인도로 곤두박질했다. 추락한 곳은 광주 광산구 장덕로 6번길 부영아파트 206동(20층)과 성덕중학교(4층) 중간 지점이었다. 두 건물은 추락 지점에서 불과 5∼10m 떨어져 있다. 당시 성덕중에서는 학생 1360여 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성덕중 인근에는 성덕고 고실초 성덕초 수완고 등 학교가 몰려 있다. 부영아파트단지에도 17∼23층 6개동에 44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학교 측은 “헬기가 추락 지점에서 조금만 벗어났어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왕복 2차로 아스팔트 도로와 인도 경계가 반경 1m가량 움푹 패었다. 인도에 처박힌 헬기는 폭발과 함께 발생한 화재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폭발 충격은 엄청났다. 불이 붙은 잔해가 아파트 화단과 성덕중 교내까지 날아갔다. 김영신 성덕중 교사(57)는 “3교시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은 기체 잔해가 학교 건물 뒤편으로 떨어져 급히 소화기로 껐다”고 말했다. 이날 등교했다가 조퇴했던 박모 양(18·고 3학년)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폭발하면서 번진 화염 때문에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떨어져 나간 잔해들은 50m가량 떨어진 새마을금고와 식당 등 상가 세 곳의 유리창을 산산조각 냈다. 사고 현장 앞에서 커피숍을 하는 임진욱 씨(51)는 “헬기가 추락 직후 굉음을 내며 폭발했고 파편이 튀면서 입간판이 찢어졌다”며 “1차 폭발 후 10초 정도 후에 2차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헬기가 공중에서 굉음을 내며 비틀거리듯 4∼5초 날더니 거의 수직으로 땅에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일부 목격자는 헬기 조종사가 추락을 감지하고 ‘회피비행’을 해 대형 참사를 막은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인근 연립주택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김형곤 씨(54)는 “헬기가 25층 아파트 사이를 통과해 40m 높이의 타워크레인 위를 스치듯 통과한 뒤 추락했다”며 “엔진 소리가 아주 컸고 마지막 순간에 엔진이 멈춘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헬기가 수직으로 떨어졌는데 아마도 앞에는 아파트, 좌우에 학교가 있으니까 조종사가 이를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방헬기 추락#강원도소방본부 헬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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