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예방서 항암연구까지…” 521명이 인용한 그의 논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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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김세권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센터장은 “연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주변에서 연구과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제공
부경대 김세권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센터장은 “연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주변에서 연구과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제공
부경대 김세권 연구특임교수(67), 그는 최근 '10년간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 한국인 과학자 16인'의 한 사람이다. 세계적인 학술정보서비스기업 톰슨로이터가 세계의 과학자 32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다.

김 교수를 부경대 용당동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해양바이오 분야의 개척자로 이름이 높다. 지난해 부경대에서 정년퇴직한 뒤에도 연구특임교수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현 직함은 '과학기술융합전문대학원 해양바이오융합학과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센터장'. 정년을 했지만 그동안의 연구를 더 진척시키고 결실을 맺어달라는 학교 측의 배려다.

우선 '해양 바이오'라는 말이 낯설다. 무슨 뜻일까.

"해양 바이오는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해양생물 가운데 우리가 이용하는 것은 10%도 안 된다. 해조류도 수천 종 가운데 미역 다시마 등 몇 가지가 활용성분이 밝혀졌을 뿐이지요. 그나마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도 찾아야할 기능이 많다. 때로는 용어가 발전을 막는 경우도 있다. 해조류를 'seaweed'말고 'sea vegitable'로 부르자는 게 내 주장이다."

그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은 '키토산 올리고당의 크기에 따라 항암효과 등 기능이 달라진다'는 점을 밝혀낸 논문(2001년). 521명이 이 논문을 인용했다.

"굴 껍질이 바다의 쓰레기가 된다는 소리를 듣고 어떻게 활용할 수 없을까 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굴 껍질에서 키토산을 분해하는데 염산을 썼는데 효소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특히 '막(membrane)'을 만들어 일정 크기의 키토산만 빠져나가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포도나무 곰팡이 방제, 벨기에서는 항암연구를 공동으로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특히 일본의 나가사키 대 치대에서는 충치를 막는데 내 아이디어를 원용했다. 충치예방 껌 특허를 획득해 특허료를 받고 있다."

그의 이 논문은 연구 장비가 있어 가능했다. 그가 연구 장비의 중요성을 알게 것은 1980년대 초 미국 일리노이 대에서 해외포스닥으로 연구할 기회를 얻으면서. 그는 그곳에서 '한외여과막 반응기(membrane bioreactor)'를 처음 접했다. 이 장비로 어류 단백질의 기능성 개선을 연구했다. 이 분야는 국내 연구자가 없었다. 그는 부경대의 자신의 연구실에도 필요장비를 구축하고 싶었다. 사비를 털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 40여종의 장비를 구입했다.

세관통과 때 담당자가 판매용이 아니냐며 고액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 애를 먹었다. 그는 담당과장을 찾아가 자신을 국립대 교수라고 소개한 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연구실에서만 쓰겠다는 서약서를 쓴 뒤에야 장비를 들여올 수 있었다.

그 이후 일이 술술 풀렸다. 1년에 몇 건씩 억대의 프로젝트를 따냈고, 연구체계도 잡혀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해 인도 터키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왔다. 이곳을 거쳐 간 제자 가운데 16명이 교수가 됐다. 6명은 해외 교수.
김 교수는 "'연구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변에서 과제를 찾으라고 제자들에게 주문한다."며 "인공 뼈를 수입해 20배 폭리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생선뼈로 대체물을 만들 수 있을 지를 과제로 삼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해양수산부의 해양프로세스연구단 단장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해양생물 응용연구에 뛰어들었다. 10년간 논문 560여 편(SCI 논문 380여 편)을 발표했다. 또 CRC, Springer, Wiley 등 유명 출판사의 주문에 따라 영문 전공서적 20여 편을 펴냈다. 그는 '해양생명공학'이라는 교재를 지난해 출간했으며, 올해는 Academic Press에서 영문교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 분야는 다양하다. 그는 감태의 특정 성분이 에이즈에 도움이 되고 천식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개불에서 성기능개선제의 성분도 찾아냈다. 복어 독도 잠재적인 생리활성 물질로 분류해놓고 있다. 해조류로부터 개발한 미백, 주름개선, 아토피에 효능이 있는 기능성 화장품 소재를 개발했고, 발모효과,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을 발견해 제품화와 동물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다는 생명의 발원지다. 30억년의 생물진화과정에서 생명체가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한 것은 겨우 수억 년 전이다. 육지에 적응한 생물종은 극히 일부다. 바다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생물종들은 무수히 많다. 그들은 육상생물이 생산하지 못하거나 육상생물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기능을 갖는 물질들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해양생물자원을 식량자원 뿐 아니라 생명공학기법을 이용해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또 해양바이오 산업은 육종 개발이 그 기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
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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