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펙의 지름길은 학교 안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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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대 정보기술학부 마지막 추가합격자, 보현이의 취업 성공기

오보현 양. 사진=본인제공
오보현 양. 사진=본인제공

《거제대학교 학보는 졸업생들의 '취업 수기'를 시리즈로 게재하고 있다. 그 중 올해 2월 조선기술과를 졸업한 오보현 양의 취업 성공기를 읽다 보면 요즘 '밖으로, 밖으로만' 나도는 취업 스펙 쌓기의 허실 같은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학보에 실린 '보현이의 취업 성공기' 전문을 소개한다.》

정리=김창혁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보현이의 취업 성공기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디자인에 관련된 꿈을 꾸던 나는 설계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원한 거제 대학교 조선정보기술학부에 추가합격, 그것도 거의 꼴찌로 입학을 하였다. 그래서인지 남들 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매 시간 수업을 마칠 때마다 복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는 늘 교수님들을 찾아가 귀찮게 할 만큼 많은 질문을 던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CAD 관련 지식이 턱없이 뒤쳐졌던 나는 공강 시간에도 CAD 연습을 서너 시간씩 하고, 학교를 마친 후에는 CAD 전문학원에서 매일 꾸준히 2시간씩 연습을 하여 최종적으로 Auto CAD 기술자격 2급을 취득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친구들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실력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부모님의 직업은 거제에 있는 많은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처럼 조선소나 학비를 지원해주는 직업이 아니라 공무원이기 때문에 취업스펙을 위해서 큰돈을 투자해 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 학교를 다니면서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노력했다.

이건 어느 취업서적에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보다 저렴한 방법으로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학교 밖으로 도는 것 보다 학교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 방향의 시스템과 행사들에 참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방법은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과 동시에 교수님들께 더욱 긴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취업캠프 게시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취업캠프를 1년에 네 번 정도 실시한다는 것을 알고, 신청해 재학기간동안 두 번이나 참가할 수 있었다. 전문적으로 취업을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이다 보니 내 친구들, 그리고 가족, 선배들에게 들어왔던 정보와는 또 다른 면을 배울 수 있었다.

캠프 기간 동안 자기소개서 첨삭도 받고, 인성면접과 직무면접 그리고 1분 스피치를 잘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처음에는 자기소개서를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지만, 강사님께서 다른 학생이 쓴 예시도 보여 주시고, 중간 중간 깨알 같은 팁도 알려 주셔서 나중에는 거침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난 후에는 강사님께서 "발표할 사람은 손 들어보세요." 라고 말씀하셔서 손을 번쩍! 들었더니 강사님께서는 나를 지목하셨고,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최선을 다해 1분 스피치도 하고, 강사님의 돌발 질문에 대답도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인성면접과 직무면접이 이루어졌다. 첫 취업캠프 때에는 인성과 직무면접을 함께 보았지만, 두 번째 취업캠프에서는 인성면접과 직무면접을 따로 보았기 때문에 두 개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좋았었다. 5명이 들어가서 면접을 보았는데 첫 질문은 자기소개를 해 보라고 하셨고, 다음 질문은 이 회사에 왜 지원을 하는지,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질문하셨다. 나는 첫 모의 면접이라 내심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침착하게 답변하였다.

취업캠프 마지막 날에는 시상식이 있었는데 캠프기간 동안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나의 모습에 강사님께서는 나에게 1등의 영광을 주셨고 상금도 받게 되었다.
취업캠프를 갔다 와서 느끼는 점 이 하나 있다면 모의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감!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그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좋아하고 내 생각을 잘 표현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 앞에 나가서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은 급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숨기기가 힘들었다. 이 캠프를 통해서 그런 모습들을 티 내지 않는 연습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생각하려는 바를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한 것 같아 나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2년 전 여름에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해외어학연수를 신청해 미국에 다녀왔다.

정말 운이 좋게도 지원자가 많이 없어서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출국하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엄청 들떠 있었고, 가서 외국인과 프리토킹을 많이 해야겠다는 각오로 떠났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일본을 경유하여 미국으로 갔다. 공항에 내린 후에는 외국인 친구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우리를 반겨 주었다. 하지만, 외국인과 제대로 대화해 본적이 거의 없어서 나에게 말을 걸까 내심 무서웠다. 도착하고 이틀 후, 영어 시험을 통해 중간 반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나에게 무슨 말을 걸어도 해석도 안 되고 멍해졌다. 말도 잘 안통하고, 그 때 그 때 작문도 안 되어서 무척이나 애를 많이 먹었지만 시간이 차츰 흐르며 3주차쯤 되었을 때에는 오히려 내가 외국인 친구가 있는 기숙사에 노크하고 들어가 얘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장난도 칠 정도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타국에 보내 줄 때에는 어느 정도의 경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거제대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에 비자발급 비용, 비행기 티켓값 만으로 난생 처음으로 미국에도 갈 수 있었고, 자신감도 향상 되고, 문화체험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2학년 1학기 때의 취업과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2학년 1학기는 우리 과의 취업시즌이다. 각종 회사에서 취업알선이 들어오고, 보통은 1학기 때 다들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지원하여 인턴으로 빠지게 된다.

나는 약 3~4월쯤 추천서가 들어온 쏘테크에 지원을 했다. 1학년 때 쏘테크에서 취업설명회를 왔었는데 앞으로의 회사의 성장성이나 업종이 마음에 들었다.

새내기 때부터 가고 싶은 회사로 쏘테크를 꼽았던 나는 그 곳에서 일을 한다면 훌륭하신 선배님들 밑에서 설계기술도 배울 수 있고, 나의 발전도 분명히 일취월장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서류를 내고 약 2주 후, 서류통과 후 면접을 보았다.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없었고, 취업캠프 때 했던 것처럼 모의면접을 한다고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다.

면접이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면접관님께서 말씀 하셨을 때에는 전공영어 과목의 이정은 교수님께 배운 선박의 건조공정에 관해 영어로 스피킹을 하기도 했다. 그 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무리 없이 면접에 최선을 다했기에 전원 합격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나는 설계지원팀으로 배치를 받았고, 전장시스템 업무를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EGINA 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이다. 책에서만 배우던 FPSO를 실제로 작업장에서 실습하고, 배우게 되어서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설렌다.

그리고 지금은 입사한지 어느덧 6개월차 이다. 어느 정도 업무와 사무실 분위기에 적응하고 동료들과도 우정을 쌓아 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의 사회초년생일 뿐이다. 나는 2014년에도, 2015년에도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받아 훌륭한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

끝으로, 나의 취업수기를 읽은 그 누군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은 버리고, 지금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잡기를 바란다.

◇인터뷰


거제대 학보에 실린 오보현 양의 글을 읽고 직접 전화를 걸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그녀는 거제에서 태어나 초중고, 대학을 거제에서 다니고 원하던 직장까지 현지에서 구한 '거제 토종'이다.

―(웃으며) 글을 보니 '추가합격, 그것도 거의 꼴찌로 입학했다'고 썼던데 그걸 어떻게 알죠?

"(따라 웃으며) 추가합격자 발표 마지막 날, 그것도 발표 마감 시간에 전화가 왔거든요."

―디자인 꿈을 꾸다 거제대를 선택했다고 했는데, 거제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선박 디자인은 보통 여학생들이 꾸는 '디자인 꿈'과 다르지 않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포토샵을 공부했어요. 전문학원에서도 한 달간 배우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강좌를 섭렵하며 독학도 했고요. 중2 때는 네이버에 포토샵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는데, 꽤 주목을 받았어요. 지금은 회사 일을 하느라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그런데 부모님은 제가 디자인 공부를 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으셨어요. 삼촌이 웹 디자인을 했는데 이미 포화상태일 뿐 아니라 금방 도태하기 쉽다는 거죠. 그러면서 거제대학교를 권하셨어요. 처음엔 망설였어요. 그 당시만 해도 거제대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결국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들였어요."

―교내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회를 150%, 200% 활용해 스펙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돈도 적게 들 것 같고…^^

"사실이에요. 그리고 조교들이 엄청 귀찮게 해요.^^. 무슨 캠프가 개설되면 신청하라고 전화하고, 기업설명회가 있으면 와서 들어보라고 전화하고. 심지어 휴학중인 학생들한테도 전화를 걸어요. 그냥 학교 수업만 듣고 돌아가곤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학교가 제공하는 '스펙 쌓기' 기회들은 잘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부모님이 공무원이라 조선소 다니는 다른 학부모들처럼 자식 취업을 위해 큰 돈을 투자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던데, 혹시 부모님 지원은 전혀 안 받았어요?

"거제대도 사립이라 등록금이 그렇게 싸다고는 할 수 없죠. 그런데 여기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에는 학자금 지원이 있어요. 대학생 자녀에게도 등록금이 100% 지원되죠. 하지만 제 부모님은 공무원이라 그런 혜택이 없었어요. 그렇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 부모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어요. 2년 동안 등록금 대출 받은 액수가 12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까지 850만원을 갚았어요. 입사한 지 1년도 안돼 거의 다 갚아가는 셈이죠. 다른 것도 제가 다 벌어서 해결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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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혁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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