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청주, 주민설명회만 14차례… 위험한 4차로 → 안전한 2차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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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완전도로’ 내달 첫 개통… 주민들 거부감 커 설득 2년 걸려

우리나라에서는 충북 청주시가 2012년 최초로 보행자 중심의 선진국형 ‘완전도로(Complete Street)’ 도입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계획을 수정해 6월 일부 구간만 완공하게 됐다. 안전보다는 편리함에 익숙한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완전도로는 보행자 운전자 자전거 등 모든 교통수단이 조화롭게 통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도로다. 모든 이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취지지만 사실상 자동차 중심으로 조성된 도로를 보행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크다.

당초 청주시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흥덕구 분평동 일대에 T자형(1020m 구간) 완전도로인 ‘그린 스트리트(Green street)’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왕복 4차로인 도로를 왕복 2차로로 줄이는 대신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늘리고 녹지도 조성하는 것.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직선형 도로도 S자형으로 바꾼다. 사업 대상 지역은 청주의 대표적인 주거지로 대단지 아파트와 초등학교 3곳 등이 모여 있다. 주민들의 무단횡단, 어린이 교통사고, 불법주차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에도 이곳 스쿨존에서 이모 양(당시 4세)이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하지만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동차의 통행이 편리한 기존의 도로개념에 익숙한 주민들은 도로의 차로를 줄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교통이 불편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는 조금의 불편함이 더 큰 안전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썼다. 주민설명회만 14차례 열었다.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주차공간도 늘리고 인도도 추가로 정비하기로 했다.

결국 완전도로는 올해 2월에야 착공을 했다. 다음 달 기존 계획구간의 절반(I자형·500m)만 분평동 1순환로 1107번길에 조성할 예정이다. 청주시청 녹색수도추진단의 이인수 주무관은 “그간의 노력 덕분에 완전도로가 안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주민들이 인식한 만큼 추후 협의해 나머지 구간도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완전도로#청주#녹색수도추진단#그린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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