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급선회로 기우뚱 → 전원·엔진 동시 OFF → 선체 통제불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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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선박자동식별장치 분석해보니 무리한 조작으로 엔진 과부하
운항기능 잃고 역방향 표류한듯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는 바람에 왼쪽으로 기울면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Blackout)’과 엔진이 멈추는 ‘셧다운(Shutdown)’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조타실 등의 긴급 통신시설과 비상등만 켜졌을 뿐 세월호는 운항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정밀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정상적인 항로를 운항하다가 16일 오전 8시 48분경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원심력에 의해 왼쪽으로 기울었다. 이와 함께 세월호의 발전기와 엔진이 꺼지면서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해 오전 8시 52분경 아예 멈췄다. 선장 이준석 씨(69·구속)와 선원들은 8시 55분 제주해양관리단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처음으로 사고 사실을 보고한 뒤 진도VTS센터와 교신을 주고받은 9시 37분까지 승객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고 세월호를 탈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어 운항기능을 상실한 세월호는 오전 11시 20분 뒤집혀 침몰할 때까지 항로를 벗어나 북쪽으로 표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본부는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근무한 3등 항해사 박한결 씨(26·여·구속)와 조타수 조준기 씨(56·구속), 기관장 박모 씨(48) 등의 부실운항 혐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발전기는 사고가 나도 승객의 대피 등을 위한 전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 무리한 변침 과정에서 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충돌 같은 사고가 우려되는 비상상황일 경우 선장이나 항해사가 엔진을 수동으로 멈출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엔진에 과부하가 생겼거나 전원 차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장 이 씨나 항해사 박 씨가 선원들에게 발전기나 엔진을 끄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부 관계자는 “세월호를 인양해 선수에 구멍이 생겼는지와 내부 발전기, 엔진, 조타시설의 고장 여부 등을 조사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세월호가 무리하게 변침하면서 기울었고, 동시에 전원 공급과 엔진도 멈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해경은 항해사 박 씨 등을 16∼18일 두 차례나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했으나 운항 과실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박 씨는 해경에서 “사고 해역이 조타를 140도에서 145도로 바꿔야 하는 변침 포인트라서 오른쪽으로 5도 변침하라고 조타수에게 지시했으나 키가 먹지(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IS에는 방향을 튼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한 바퀴 정도 선회한 것으로 나와 있다. 또 박 씨는 18일 구속되기에 앞서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선박운항 규정대로 정상적으로 변침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나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목포=황금천 kchwang@donga.com / 이형주 기자
#세월호 침몰 원인#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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