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교사 2명과 학생 4명 등 6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오전 5시 학생 희생자 중 처음으로 장례를 치른 4반 장모 군에 이어 같은 반 안모 군(17), 6반 담임 남윤철 교사(35), 3반 담임 김초원 교사(26·여)의 장례식이 1시간 간격으로 치러졌다.
운구차 한 대가 떠나면 다른 운구차가 장례식장 앞으로 와 차례를 기다렸다. 유족들은 슬픔을 가슴에 안은 채 45인승 운구차에 올랐다. 교사와 학생들은 다시 다른 이들의 빈소로 향했다.
김 교사의 화장식이 있었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연화장은 전날 9반 담임 최혜정 교사(24·여)의 화장식이 치러진 곳이다. 최 교사의 화장식은 오전 11시 수원연화장 8호 화장로와 분향실에서 유가족과 동문, 자원봉사자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최 교사의 어머니는 몇 번이고 “우리 딸 인생 아까워서 어떡해”라고 말했다. 분향실 안 모니터에 ‘화장 중’이란 빨간 글씨가 뜨자 모두가 흐느꼈고 최 교사의 어머니는 부축을 받으며 분향소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최 교사가 있던 빈소에는 곧바로 ‘침몰된 세월호에 있는 수백 명의 학생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52)의 빈소가 차려졌다.
끝까지 아이들을 구조하다 떠난 남 교사의 유해는 안산을 떠나 고향인 충북 청주로 향했다. 청주시 목련공원에서 치러진 화장식에는 부모님과 친지, 천주교 신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남 교사의 부모는 슬픔을 누르고 오히려 화장장을 찾은 조문객들을 위로했다. 남 교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학생들을 살리려다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자랑스럽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남 교사의 고등학교(청주 신흥고) 선배인 김근형 씨는 “(남 교사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격이었다. 자랑스러운 후배가 세상을 떠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남 교사의 유골은 이날 오후 청주시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한 뒤 청원군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20일 학생 4명의 장례식이 더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유족들이 다른 학생과 합동 장례식을 치르기로 해 연기됐다. 이날까지 시신 27구가 안산시내 9개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남은 빈소는 점점 없어지는데 실종자는 아직도 200명이 넘는다.
딸의 시신을 확인한 아버지 고모 씨(50)는 시신이 안치된 목포중앙병원에서 “딸을 잃은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지만 시신이라도 이렇게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비록 하늘나라로 간 딸이지만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울먹였다.
안산=홍정수 hong@donga.com
청주=장기우 / 목포=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