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김연아(24)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특설무대에서 열린 ‘E1과 함께하는 김연아 선수 귀국 환영회’에 참석한 김연아는 밝은 얼굴로 팬들과 만났다.
행사 시작과 함께 약 50분간 진행된 토크쇼 형식의 자리에서 김연아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였던 소치 겨울올림픽을 마친 소회와 뒷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무결점 연기를 펼쳤지만 개최국의 신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판정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졌고 이날 자리에서도 판정 문제는 주된 화제가 됐다.
그동안 “결과에 전혀 미련이 없다”고 말해 왔던 김연아는 이날도 초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어이는 없었지만 나는 끝났다는 것이 좋았다. 결과를 되새긴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회 전에는 금메달이 간절하지 않다고 늘 말했으면서도 ‘나도 사람이기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쉽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경기를 마치고 나니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점수 발표 후 백스테이지에서 흘린 눈물에 대해서는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밤에 침대에 누워서 이 시간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울컥했다. 참아 왔던 힘든 것이 터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스케이트가 꼴 보기 싫은 지는 오래된 것 같다. 이젠 할 만큼 했다 싶어서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동안 자신이 펼친 최고의 무대로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클린(무결점) 연기’를 펼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소치 올림픽을 꼽았다.
김연아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에 대해 김연아는 “IOC 선수위원 선거에 나갈 자격은 갖췄지만 100%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더 생각해 봐야 하지만, 아직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당분간 경기와 훈련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편히 지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며 10년 후의 청사진을 묻는 질문에는 “나는 피겨스케이팅을 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지도자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피겨스케이팅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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