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예쁜 책]촌스러운 듯 멋스러운 듯… 70년대 잡지광고 600장 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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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년대 잡지광고/프로파간다 편집부/664쪽·3만8000원·프로파간다

제목만 보고 촌스럽다고 외면하기엔 예쁜 구석이 많은 책이다. 책 제목을 한자어로 써놓으니 복고풍이 솔솔 불어온다. 투박하게 통으로 감싼 비닐포장도 나름 멋스럽다. 표지사진 속 맥주잔을 든 남녀는 조금 어색하지만 사랑스러운 표정을 연기하며 서로 바라보고 있다. “언제라도 좋아요!!”라며 정말 느낌 아는지, 느낌표를 두 개나 써가며 소비자를 유혹했던 1976년 크라운맥주 광고사진이다.

이 책은 1970년대 100여 종의 잡지에서 모은 광고사진 600여 개를 한 권으로 묶었다. 1970년대는 ‘신제품’의 시대란다. 광고가 없어도 물건만 만들면 팔리는 1960년대를 지나 압축성장 속에 각종 신제품이 쏟아지자 광고 이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예나 지금이나 광고는 3B,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이 중요했다. 특히 당시의 화장은 짙지만 성형은 하지 않은 개성 강한 미인 모델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물건 종류별로 노란색 종이에 따로 발췌해 놓은 ‘소프트 세일’ ‘아랫배의 나옴을 막아주는’ 식의 광고문구와 그 폰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사라진 카세트나 브라운관 TV를 최신식 기술로 묘사해놓은 광고도 귀엽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밝고 행복하고 긍정적이다. 심지어 노동자마저 고생한 티가 안 난다. 하지만 광고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쓰고 욕망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시각자료임은 틀림없다. 책이 일반 독자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를 겨냥해서 만들어져 가격이 조금 비싼 게 흠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칠십년대 잡지광고#복고풍#광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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