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안보 각축전에 日까지 가세… “아세안 몸값 더 뛰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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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상반기에만 102억달러 쏟아부어… 中과 영토분쟁-개헌문제 등 원군 기대
美-中도 군사우위 노리며 잇단 외교전, 지역경제 통합에도 핵심 변수로 부상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 일본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은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해 아세안과 군사적 네트워크를 강화 중이고,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확보와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아세안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로부터 동남아를 자국의 앞마당으로 인식해 온 중국은 이에 질세라 아세안과의 접점을 넓히며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각국이 주도하는 지역경제통합 논의에서도 아세안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세안의 몸값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 가속화되는 일본의 동남아 행보

1960년대 상품을 갖고 동남아로 진출한 일본은 최근 그 영역을 외교 분야로 크게 넓혀 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7월 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순방하기에 앞서 “동남아 방문은 경제적 목적 외에 자유와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미 올 1월에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5월에 미얀마를 방문했다. 11월까지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방문하면 아세안 10개 회원국을 모두 방문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중국 투자를 줄이고 아세안 투자를 늘리며 경제적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는 최근 각각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무역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의 동남아 투자는 102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나 늘어난 반면 대(對)중국 투자는 49억3000만 달러로 31% 줄었다.

일본 정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통화스와프(유사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달러와 같은 외화를 사용하는 것)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 금융기업들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금융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일본의 대아세안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아세안을 파트너 삼아 중국 포위

최근 미 공군 태평양 작전사령관인 허버트 칼라일 대장은 워싱턴에서 “미 공군이 본토에서 운용 중인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호주 등에 순환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냉전 시절 옛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 본토 병력을 2년 단위로 유럽에 순환 배치한 것을 아시아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아세안은 냉전 시절 유럽과 같은 미국의 외교·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2011년 ‘아시아 회귀’를 선언했던 미국은 최근 개혁·개방에 나선 미얀마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7월 말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가졌고, 당시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아베 총리와도 만나 동·남중국해 등의 영토 분쟁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은 싱가포르에 신형 연안 전투함 ‘프리덤’호를 배치했고, 필리핀과는 주둔 미군 병력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 중국의 아세안 외교 접촉 강화

중국은 8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베트남을 잇달아 방문하며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일의 견제에 대응하고 있다. 왕 부장은 올 4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국가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를 택했다. 신임 외교부장이 미국 러시아 등이 아닌 동남아를 먼저 방문한 것은 1월부터 시작된 아베 총리의 아세안 순방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특히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는 6월에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베트남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은 교역이 잦았던 아세안을 상대로 일찍부터 지역경제통합을 논의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경제협의체인 아세안+1은 1997년 아세안+3(아세안+한국 중국 일본) 체제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이런 지역경제통합 논의에서도 중국과 미국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있다. 양 협정 모두에 아세안 회원국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아세안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는 형국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재현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빌미로 미국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개입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베트남과 관계를 개선하는 등 주변국 갈등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미일과 중국의 동남아시아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허진석·박희창 기자 jameshuh@donga.com
#아세안#일본#동남아#중국#AS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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