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영재가 들어올린 골프 우승컵

동아일보 입력 2013-06-24 03:00수정 2013-06-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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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전인지, 한국여자오픈 제패
“골프, 감각 중요… 수학보다 어려워”
4연속 버디로 메이저대회 우승 19세의 ‘무서운 신인’ 전인지가 23일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1번홀에서 호쾌한 티샷을 하고 있다. 전인지는 이날 15번홀부터 18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의 대역전승으로 장식했다. KLPGA 제공
골프를 쳐 본 사람들은 안다. 골프는 마음같이 되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을. 수학도 그렇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수학은 쉽지 않은 과목이다.

그런 면에서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특별했다. 수학도 잘했고, 골프도 잘 쳤다. 전인지는 충남 서산 대진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어릴 때부터 싹이 보였다. 그런데 그해 수학경시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받았다. 아버지 전종진 씨(54)는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어 했지만 학교 선생님은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전 씨는 선생님과의 말다툼도 불사한 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만약 그때 공부를 택했다면 전인지는 지금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23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642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은 다른 선수가 차지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영재였던 전인지가 데뷔 첫해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의 우승자로 탄생했다.

라운드 초반만 해도 박소연(22·하이마트)의 페이스였다. 박소연은 3번홀부터 7번홀까지 다섯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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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활짝 웃으며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그렇지만 전인지의 뒷심은 더욱 강했다. 전인지는 14번 홀(파4)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3번째 샷을 홀 3m에 붙인 뒤 파로 막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전인지는 15번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막판 대역전극을 일궜다. 전인지는 12언더파로 동률이던 18번홀(파5)에서 1.7m 버디 퍼팅을 홀에 떨어뜨렸다. 최종 스코어는 13언더파 275타. 전인지는 우승 상금 1억3000만 원과 함께 타이틀스폰서인 기아자동차가 주는 K9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신인 선수가 우승한 것은 1996년 김미현(은퇴), 2004년 송보배, 2005년 이지영, 2006년 신지애, 2011년 정연주에 이어 여섯 번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학과 골프 중 어느 것이 더 쉽나”라는 질문을 받은 전인지는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답했다. 그는 “수학은 공식이 있어 계산만 잘하면 답이 나오지만 골프는 언제 어디서 해야 할지 그때그때 다르다. 골프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 4위로 도약한 전인지는 “국내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박소연은 상금 7000만 원과 함께 5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K5 승용차를 받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인지#한국여자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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