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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33년전 5월 광주의 눈물 씻고 상생-평화를 노래하다

입력 2013-05-18 03:00업데이트 2015-05-2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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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는 거대한 추모공연장으로 변해 있었다. 1980년 5·18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옛 전남도청 앞에는 전야제 특설무대가 마련됐다. 시민 1만여 명은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서 제창이 무산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행사 내내 목 놓아 불렀다. 무대 한쪽에 마련된 각 단체 부스에서는 시민들에게 따끈한 주먹밥을 나눠주며 그날의 나눔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다.

풍물패가 휘모리장단에 맞춰 풍악을 울리며 순식간에 금남로를 메웠다. 길놀이 행진을 펼친 풍물패는 518명. 내벗소리 민족예술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하자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33주년 전야제가 시작됐다. 민병 씨(74·광주 북구 문흥동)는 “신군부가 집권한 뒤 한동안 5·18 전야제를 못하게 했지만 시민 수만 명이 지켜냈다”며 “그때 영상을 보니 참상에 가슴이 아려온다”고 말했다.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65·여)가 ‘슬픈 광주’를 끌어안고 상생과 평화로 인도하는 진혼 춤판을 벌였다. 행사는 5·18 공동체를 춤으로 표현한 놀이패 신명의 공연, 밴드 연주 등으로 마무리됐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야스다 마사시(安全昌史·52) 씨는 “2010년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고 5·18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세계 민주화운동의 나침판이 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1년부터 전야제와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움직임에 반발해 시작된 기념곡 지정 서명운동에는 약 5000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전야제는 시민이 한데 어우러진 대동한마당으로 끝났지만 18일 정부 주관으로 치러지는 33주년 기념식은 반쪽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불허하면서 야당과 5·18 관련 단체의 반발로 새 정부의 첫 5·18 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17일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고 합창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박근혜정부의 민주항쟁 역사 지우기”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대통합 정신을 위해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 민중항쟁 33주년 기념행사위원회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진보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은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 행사장 주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가칭)를 열기로 했다. 단체들은 기념식이 열리는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이나 옛 묘역인 망월동 묘지에서 제창대회를 열 방침이다. 다른 시민단체들도 제창대회 동참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 유족회 등 5·18 관련 3단체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각 단체대표는 공식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신경진 부상자회 회장은 “회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의회도 국가보훈처와 정부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5·18 기념식이 국가 공식행사라는 점을 감안해 참석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정부 주관 기념식에 가는 김한길 대표를 제외하고 광주 지역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별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별도 기념식이 개최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정부 주관 기념식에 가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책위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기념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식이 2003년 정부 행사로 승격된 이후 2008년까지 본행사 때 공식 제창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 2010년에는 식전 행사 때 합창단이 공연했다. 2011년과 지난해에는 본행사 때 합창단이 불렀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03∼2007년) 중 한 번도 빠짐없이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에만 참석했고 이후 4년간 기념식에 불참했다.

광주=정승호·이형주 기자·이남희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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