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톡톡]스마트폰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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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밥’ 같은 존재… 없으면 불안해 죽을 것만 같아요
밤엔 이불 뒤집어쓰고 게임… 70대1로 카톡테러 당한적도 있어요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요즘 지하철은 ‘무섭게’ 조용합니다. 혼자일 때는 물론이고 둘 셋씩 일행과 탄 사람들도 각자 자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침묵에 빠져듭니다. 어른들만 그럴까요.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률은 중학생 92.5%, 초등학생 72.7%에 달했습니다. 부모들도 “왜 나만 안 사주냐”는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사주게 됩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좁은 화면 안을 뚫어지게 응시할 때는 눈 나빠질까봐 걱정되고, 게임하는 도중에 “그만하라”고 뺏으면 아이는 화를 내기 일쑤입니다. 이용우(동국대 법학과 4학년) 노지민(성신여대 중어중문과 졸업) 동아일보 인턴기자들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의미일까요. 》
“없으면 ‘왕따’ 되잖아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애들 사이에 끼지 못해요. 게임이나 카톡(카카오톡) 얘길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요. 교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이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로 나뉘어요. (12)

○일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데 제가 문자를 보내면 친구들이 답장을 안 보낼 때가 많아요. 대부분 카톡으로 연락을 하니까요. 그래서 친구들끼리 어디 놀러 가면 나만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11·여)

○바로 옆에 있는데도 카톡으로 대화해요. 친한 애들끼리 그룹 채팅을 하는데 거기에 끼지 못하는 애들은 왕따를 당하죠. (12·여)

○셀카도 찍고 숙제 자료도 찾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엄청 많아요. 요즘에는 카톡으로 진실게임도 하는데 이걸 못한 친구는 아무래도 모를 수밖에 없어요. (11·여)

○제 스마트폰은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 중 ‘꼬진’ 갤럭시A예요. 3G 속도가 느려서 4G LTE폰 쓰는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면 확인을 바로바로 못하고 답장도 늦게 보내요. 그 사이 친구들은 저를 빼놓고 할 얘기를 다 해버리죠. (11·여)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최신 기종 쓰는 애들 보면 부러워요. 그런 애들은 우쭐대고, 저 같은 (구형을 사용하는) 애들은 스마트폰을 잘 안 꺼내놓게 돼요. 구형 스마트폰을 가진 애들은 놀림을 받아요. “헐∼, 꼬진 폰!” “이게 스마트폰이냐?” 이런 식으로요. (12·여)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서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던지거나 물에 빠뜨리는 애들도 있어요. (11)
“밤마다 스마트폰을 부둥켜안고 살아요”

○스마트폰은 저한테 ‘밥’ 같은 존재예요. 밥을 안 먹으면 죽는 것처럼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아요. (12·여)

○한 시간 넘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 눈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 한번 게임에 빠지면 3시간을 넘기는 게 기본이에요. 눈이 너무 아플 땐 좀 괜찮아질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가 다시 게임을 해요. (11·여)

○‘단체톡’(단체채팅)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요. 잠깐 할 말만 하려고 켰는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요.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제가 스마트폰에만 빠져있다고 화를 내요. 눈의 초점이 풀려 있대요. (11·여)

○오전 1시까지 침대에 누워서 게임이나 카톡을 해요. 스마트폰 빛이 새나가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해요. 방문을 조금 열어놓고 있다가 엄마가 오는 것 같으면 자는 척해요. (12)

○스마트폰을 한번 잡으면 멈출 수가 없어요. 배터리가 방전될까봐 충전기까지 꽂아놓고 하는데 오래 쓰면 스마트폰이 엄청 뜨거워져요. 잠깐 침대에 올려놔서 식힌 다음에 다시 사용하죠. (12·여)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못 쓰게 하니까 잠자기 전에 주로 사용해요. 보통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 하는데 심할 때는 아예 밤을 새운 적도 있어요. 주말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낮 12시 정도까지 하는데 한번은 오전 3시에 눈이 떠져서 아침에 가족들 일어날 때까지 게임을 했어요. (11)

○집에 있을 때도 스마트폰은 항상 갖고 다녀요. 공부할 때도 자꾸 꺼내서 확인하느라 집중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이번 시험에는 수학 성적이 12점이나 떨어졌어요. (12·여)

○집에서 공부한다고 하고 게임을 할 때도 있어요. 책을 펴놓고 하면 아무도 모르죠. 가끔은 숙제를 못해서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기도 하는데 게임이 재밌으니까 멈출 수 없어요. (11)
“돈만 쓰고, 친구와는 더 멀어지기도 해요”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가졌을 때, 유료 게임과 게임 아이템을 몇 개 샀는데 한 달 요금이 30만 원 넘게 나왔어요. 저는 그렇게 많이 나오는 줄 정말 몰랐어요. (11)

○유료 게임을 내려받으려면 7000원에서 비싼 건 1만 원을 내야 해요. 그런데 요즘은 돈을 내고 하는 친구들은 없어요. 중국 불법사이트에서 모든 게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거든요. (11)

○한 달 용돈이 1만 원 정도인데 유료 게임은 5000∼6000원 정도예요. 그래서 주로 문화상품권으로 캐시를 충전해요. 선생님이 책 사 읽으라고 주시는 건데 어차피 책은 엄마가 사주니까요. (10·여)

○SNS를 사용하면 면전에서 대놓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쉽게 하게 돼요. 특히 욕설이 너무 심해요. 카톡이나 카스(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거 보면 다 욕이에요. 그렇게 쉽게 서로한테 욕을 하니까 감정도 쉽게 상하고요.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12·여)

○카스도 많이 해요. 웬만한 얘기나 사진은 다 카스를 통해서 공유하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공개적으로 누군가를 욕하는 애들이 많다는 거예요. 아는 사람은 다 알 만한 내용을 적거나 어떨 때는 이름 초성을 써서 욕해요. “ㄴㅈㅁ ×× 싫어. 죽이고 싶다” 식으로요.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내 욕을 할까봐 틈만 나면 카스를 확인하게 돼요. (12·여)

○카톡이 너무 많이 오니까 귀찮아서 애플리케이션을 지워버린 적이 있어요. 한 일주일 정도 있다가 다시 설치해보니까 카톡이 3000개나 와 있더라고요. (12)

○모르는 사람이 제 카톡으로 연락해 오는 일이 있어요. 예전에는 그냥 채팅만 걸어 왔는데 요즘에는 ‘보이스톡’으로 장난 전화를 하는 사람까지 생겼어요. 카톡 ID만 알면 대화에 초대할 수 있고 신상 정보 알아내는 방법이 워낙 많아서 좀 무섭기도 해요. (12·여)

○단어 시험 보기 전에 아이들끼리 답을 돌려보기로 미리 계획을 짜놔요. 시험이 시작되면 한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서 그 단어를 찾아서 카톡으로 뿌려요. 우리는 카톡으로 온 단어를 보고 시험지에 쓰죠. (11)

○‘카톡 테러’를 당한 적이 있어요. 별로 안 친한 애가 자기 친구들하고 같이 한 글자만 계속 보냈어요. 그럼 스마트폰에서 수신호음 소리가 계속 나요. 계속 진동이 울려서 공부하는 데 집중을 할 수가 없었어요. 다음 날 그 아이한테 왜 그랬냐고 하니까 재미로 했대요. (11)

○남의 스마트폰 비밀번호 알아내는 방법은 다양해요. 게임 좀 하자면서 알려달라고 말할 수도 있고, 몰래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손가락 흔적을 보고 푸는 방법도 있어요. 남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풀어서 사진하고 카톡 채팅 내용을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놀리는 아이들도 있어요. (11·여)

○‘몰카’ 애플리케이션으로 몰래 친구들 사진을 찍고, 합성을 하는 애들도 있죠. 여자랑 남자랑 같이 있는 사진을 만들어서 사귄다고 놀리거나, 웃기는 사진과 합성한 것을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다 뿌리기도 해요. (12)

○카스 게시물 중엔 ‘죽고 싶다’는 글도 많고, ‘자살하는 법’을 설명한 글도 있어요. 특히 자살법 같은 건 ‘행운의 편지’처럼 이 글을 안 돌리는 사람의 부모님은 어떻게 될 거라는 내용의 글이 덧붙어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자기 카스에 올리거나 다른 친구한테 카톡으로 돌리면서 마구마구 퍼져나가는 거죠. (12·여)

○인터넷 ‘자살 카페’처럼 요즘에는 ‘자살 카톡방’에서 자살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자살을 하기 전 일부러 새 친구를 사귀기도 해요. 저도 당했어요. 카톡으로 새 친구를 만드는 게 유행이라 저도 카톡 친구를 사귀고 오프라인에서 만날 정도로까지 친해진 적이 있는데, 그렇게 친해지자마자 갑자기 그 사람이 죽어버렸어요. (12·여)

○얼마 전에 카톡에서 70 대 1로 공격당했어요. 갑자기 저를 채팅창에 초대해 놓고 ‘왜 사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욕을 퍼붓더라고요. 그 카톡방에서 나가도 계속 초대하고, 24시간 내내 괴롭힘을 당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안티 팬들이 그런 거예요. 시달리다 못해 학교폭력센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더니 신고하면 자살해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심지어 팔뚝에 칼을 대고 있는 사진까지 보냈어요. (12·여)
“어른들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 들여다보잖아요”

○엄마는 내가 스마트폰을 만지기만 해도 화를 내요. 어른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으면서 무조건 애들은 안 된다고 잔소리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11·여)

○엄마 몰래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벌로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당했어요.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만 생각났어요. 너무 답답해서 친구들 스마트폰을 빌려서 게임을 했어요. 부모님에 대한 반발심만 생겼어요. (12)

○아침에 선생님이 스마트폰을 걷어 가는데 반 이상은 안 내요. 수업 중 여자애들은 필통에 넣고 카톡을 하고, 남자애들은 책상 밑이나 교과서로 가리고 게임해요. 선생님이 칠판에 뭐 쓰실 때를 이용해서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걸리면 죄송하다고 하면 돼요. (11)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다 선생님한테 뺏긴 적이 있어요. 우리도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제 물건인데 함부로 뺏어가는 느낌이에요. 수업시간에 방해를 주는 게 아니면 어른들도 무조건 뺏으려고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10·여)

정리=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스마트폰#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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