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지원]사형은 필요한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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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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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필진·변호사
김지원 필진·변호사
길 가던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수백 조각으로 훼손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오원춘. 이 잔인한 살인마에게 1심은 사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했고,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울산 자매살해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이 지난주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억울하게 죽은 자매의 부모와 친구들은 범인 검거 직후부터 전국을 돌며 사형촉구 서명운동을 벌여 2만5000여 명의 서명과 30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사형 선고를 호소해 왔다. 물론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민들은 흉악범에 대한 사형선고를 대체적으로 환영하고 1심의 사형 판결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항소심 판결들을 성토하고 있다.

사형은 가장 오래된 형벌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봉건·왕조시대에는 체제 유지를 위해 사형이 남용됐고 그 방법도 참수와 화형 등으로 잔인했다. 사형 폐지가 논의된 건 불과 250여 년 전이다.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체사레 베카리아는 1764년 ‘범죄와 형벌’에서 사형제 폐지를 처음 주장했다. 그는 ‘인간은 오류 없는 존재일 수 없어 사형은 법을 빙자한 살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뒤 사형폐지론은 점차 확산됐다. 1961년 정치범 석방과 고문 금지 등을 내걸고 출범한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 폐지를 외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앰네스티는 1977년 12월 사형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스톡홀롬 선언’을 발표하였다. 현재 120여 개 나라가 사형제를 완전 폐지하거나 실질적으로 폐지하였는데 여기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생명권’을 내세운다. 생명이야말로 천부의 권리로서, 그 어떤 경우에도 침해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권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심으로 사형된 사람의 생명은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특히 독재국가에서 정권에 의한 이른바 ‘사법살인’까지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오늘날 발달한 과학수사와 정착된 민주주의, 3심제도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우려하는 오판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범이라는 증거가 조금만 부족해도 법원은 결코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로마 법언(法諺)은 지금 형사재판을 지배하는 대원칙이다. 따라서 증거재판주의에 따랐다면 오판은 발생하기 어렵다. 실제 우리나라 사형수 90% 이상이 범행을 자백했는데 부인하는 경우에도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범행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건 사형제를 폐지해야 문명국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이다. 폐지론자들은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그들은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본래 형벌의 목적은 응보(應報), 복수(復讐), 교화(敎化) 외에도 위하(威(하,혁)) 기능이 있다. 즉, 죄를 저질러 얻는 쾌감보다 형벌을 받는 불쾌감이 더 클 때 범죄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는 이유다. 결국 사형제 폐지는 각국의 법 감정과 그 나라 사정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다. 과거 무자비한 형벌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형법과 형사소송법이 발전해왔지만 피고인의 인권만을 강조한 결과 오히려 피해자와 그 가족의 감정은 소외돼 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피해자의 절차참여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오원춘 판결에서와 같이 법원은 흉악범에게도 사형선고를 피하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게다가 법무부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사형을 전혀 집행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63조와 제465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207명의 선량한 목숨을 빼앗은 60명의 사형수를 그냥 감옥에 두고 있다. 과연 이런 ‘인도적 처사’가 국민 대다수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사형수들을 교화하고 실제 흉악범죄를 줄게 하는 것인지 이제 따져봐야 한다. 솔직히 그렇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치를 떨게 하는 흉악범죄들이 늘어나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그건 법 집행을 엄격히 해 법치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길밖에 없다.

물론 인권을 보호하는 정신이 법치주의 원칙 측면에서도 존중되어야 할 최고의 가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적 합의 없이 사형제를 폐지할 것은 아니다. 사형 제도는 잠재적 범죄자들을 향한 가장 강력한 심리적 억제 효과가 있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 형 집행 중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무기징역형이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더라도 다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 극악한 범죄자가 수감생활을 모범적으로 할 경우 다시 나와 보복범죄를 할 우려마저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인권 타령, 앰네스티 타령만 하다 제2의 오원춘을 자꾸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김지원 필진·변호사

[바로잡습니다]

2일 동아광장
‘사형은 필요한 형벌이다’를 쓴 김지원 변호사는 ‘객원논설위원’이 아니라 동아광장 필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사형#오원춘#생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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