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불멸의 인간 만난 걸리버… ‘기계의 몸’ 찾아 떠난 철이…

동아일보 입력 2012-12-08 03:00수정 2012-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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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 문화가 그린 영생의 모습들 죽어 본 사람이 없는 것처럼 영생해 본 사람도 없다. 죽음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듯, 영생도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다. 인류가 영생을 바라는 만큼 대중문화 속에서 영생은 즐겨 다뤄지는 소재 중의 하나였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반추하듯, 영생에 대한 고찰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 ‘걸리버 여행기’(2010년). 동아일보DB
1726년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는 럭나그라는 곳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들을 만난다.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처음에 그곳을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상은 다르다. 럭나그 사람들은 영원히 늙어가고 있었다. 80세가 넘으면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된다. 눈은 멀고 기억력은 쇠퇴하며 탐욕은 늘어만 간다. 결국 스위프트는 불멸이 끔찍한 형벌이라고 썼다.

1890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자기 대신 늙어줄 초상화와 자신의 영혼을 바꾸고 영원한 젊음을 얻는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그는 젊음이라는 권력을 믿고 욕망을 마음껏 드러내며 방탕한 삶을 이어간다. 도리언 그레이 대신 늙어가는 것은 그의 초상화. 그림은 그레이가 지은 죄와 탐욕의 흔적까지 모두 짊어지고 추하게 변해간다.

1963년 ‘닥터 후’(영국 TV 드라마)
닥터는 인간의 모습을 띤 외계인 로봇이다. 시간여행을 하며 각종 모험을 펼치는 그는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 자신의 몸을 다른 몸으로 재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전의 몸에서 갖게 된 기억, 경험, 의식, 개성은 그대로 유지한다. 어느 한 시간대에서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여인에게 닥터는 말한다. “당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어요.”

‘은하철도 999’의 캐릭터인 영생하는 메텔, 그리고 영생을 좇는 철이. 동아일보DB
1977년 ‘은하철도 999’(일본 만화·만화영화)
미래의 지구에서 철이는 열두 살 난 거리의 부랑아다. 엄마와 함께 안드로메다은하로 가서 영생과 자유가 보장되는 ‘기계의 몸’을 얻고 싶어 했지만 엄마는 살해되고 만다. 안드로메다은하를 종착역으로 하는 은하철도 999를 타고 영생을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철이와 엄마를 쏙 빼닮은 기계인간 메텔. 인간의 몸으로 영생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꿈인가.

주요기사
1986년 ‘하이랜더’(영화)
태초부터 잠행하던 불멸의 전사들은 자신들끼리 은밀히 맞붙어 싸우면서 ‘모임의 시간(the Gathering)’이 올 때를 기다려왔다. 이 모임의 시간까지 살아남은 전사들은 최후의 일인을 가려내기 위해 결투를 벌여야 한다. 목을 베지 않는 한 이들은 소멸되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은 스코틀랜드 전사 코너에게 주어진 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한한 목숨이다.

1993년 ‘사랑의 블랙홀’(영화)
이기적인 TV 기상캐스터 필은 매년 반복되는 지루한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지방 소도시로 툴툴대며 출장을 간다. 어찌된 일인지 그는 시골 마을에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맞는다. 자살을 시도해도 1960년대 듀엣 ‘소니와 셰어’가 부르는 ‘아이 갓 유 베이비’를 들으며 깨어난다. 그의 무한 반복되는 일상은 불멸의 소우주와 같다.
#대중문화#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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