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우리 시군 경쟁력은’]<2>생활 여건 개선이 일자리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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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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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진안, 마을기업 효과 톡톡… 폐업률 낮아 일자리 새 모델로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 161개 시군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실시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역량 지수(JCSI)’ 평가 결과, 생활 공간으로서 지역 여건을 개선하는 게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인위적인 일자리 늘리기보다는 기업과 젊은 인구를 유인할 수 있는 주거 여건을 먼저 조성하는 게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JCSI는 2006∼2010년 △신규 창업 △창업 안정성 △대안적 일자리 등 3개 항목으로 나눠 조사했다. 창업 안정성은 2006년 창업해 5년간 생존한 기업체 수 비율로 측정했으며, 대안적 일자리는 인증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공동체 회사 등을 통해 조사했다. 특히 조사 대상 시군의 JCSI와 ‘지역경쟁력 지수(RCI)’ 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전략연구소와 농촌경제연구원,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3회째를 맞은 RCI 평가와 별도로 JCSI를 조사해 14일 발표했다.

▶본보 14일자 A1면 참조
일자리 창출 고양시 울주군 1위… 지역 경쟁력 화성시 기장군 1위


▶본보 14일자 A10면 참조
화순 노인일자리 창출-서귀포 맞춤형 서비스로 상위권 첫 진입


○ 전북 진안, 완주… 지역 일자리 창출 모델


완주 “로컬푸드 운동” 전북 완주군은 커뮤니티비즈니스, 사회적 기업 등 지역밀착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모습. 로컬푸드 운동에는 완주지역 500여 농가가 참여해 직접 재배한 150여 가지 농산물을 매일 아침 직매장에 내온다. 완주군 제공
완주 “로컬푸드 운동” 전북 완주군은 커뮤니티비즈니스, 사회적 기업 등 지역밀착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모습. 로컬푸드 운동에는 완주지역 500여 농가가 참여해 직접 재배한 150여 가지 농산물을 매일 아침 직매장에 내온다. 완주군 제공
올해 JCSI 평가 종합순위에서 전북 진안군(전체 19위)은 군 단위 중 울산 울주군(15위), 충남 태안군(17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대도시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인 인구가 30%에 이르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임을 감안하면 탁월한 성적이다. 진안군은 창업 후 5년간 사업체 생존율이 전체 161개 시군 중 태안에 이어 2위를 차지해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 지역밀착형 기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진안군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5%에 이르는 1569명의 귀농귀촌인이 거주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 강원 횡성군 등도 이 같은 ‘대안 기업 수’ 지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JCSI 종합순위 상위권은 지역경제력이나 주민활력도 등 RCI의 경제 관련 지표와 달리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이 크지 않았다. 수도권 인근 지역이 상위권에 다소 많이 포함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지표에 비해 상위권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됐다. 상위 50위 지역에 진입한 군 단위 지역은 17곳이었다. 이는 신규 창업 수에는 대도시 주변 지역에 못 미치지만 창업의 안정성 지표에서 우세를 보인 결과로 풀이된다.

울주 “마을기업 교육” 울산 울주군은 올해 처음 실시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역량 지수’ 평가 부문에서 군 단위 지역으로 는 부산 기장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울주군이 9월부터 군내 이장 300여 명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육성 교육 현장. 울주군 제공
울주 “마을기업 교육” 울산 울주군은 올해 처음 실시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역량 지수’ 평가 부문에서 군 단위 지역으로 는 부산 기장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울주군이 9월부터 군내 이장 300여 명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육성 교육 현장. 울주군 제공
2006년 총 사업체 수 대비 5년간 신규 창업 사업체 수 비율로 살펴본 ‘신규 창업’ 항목 상위권 시군은 수도권과 동남임해공업 지대에 몰려 있었다. 군 단위 지역은 충북 청원군, 울산 울주군, 충남 당진군(시 승격), 경북 칠곡군, 부산 기장군, 경기 여주군 등 6곳이었으나 이들 지역 역시 대도시에 인접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5년간 기업 잔존율로 본 ‘창업 안정성’ 지표에서는 상위권 분포에선 이와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주로 전남·북과 경남·북 등 농촌 지역 군 단위 지역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한 것. 이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밀착형 창업이 많고 상대적으로 기업 간 경쟁이 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태안군은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율이 93.4%였고 상위 50위 지역은 잔존율이 60%를 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주인 연구위원은 “도시와 달리 농촌은 경쟁보다는 지속가능한 지역밀착형 기업이 지역 경제의 근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번창하지는 않더라도 지속가능성이 크다는 게 농촌 일자리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 생활 여건 좋아야 일자리도 생긴다

태안 “지역밀착 창업” 충남 태안군은 161개 시군 가운데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사업체 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지역밀착형 창업이 비결로 분석된다. 지난달 열린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를 찾은 관광객과 상인의 모습. 태안군 제공
태안 “지역밀착 창업” 충남 태안군은 161개 시군 가운데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사업체 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지역밀착형 창업이 비결로 분석된다. 지난달 열린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를 찾은 관광객과 상인의 모습. 태안군 제공
이번 조사에서 JCSI와 RCI 평가 지표 중 생활 여건과 관련된 지표 간에 상당히 높은 연관성이 확인됐다. 인구 증가뿐 아니라 젊은층 유입을 통한 인구구조 변화, 주택 등 기초생활 여건 개선, 교육 여건, 문화체육 기반 시설 확충 등의 지표가 일자리 창출과 상호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각 시군의 재정자립도 역시 일자리 창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들 RCI 항목별 지표와 2006년 이후 5년간 각 시군의 15세 이상 인구 대비 일자리 수나 사업체 종사자 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들 지표에는 기존 농업 종사자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RCI 지표 중 신규 창업에 영향이 큰 지표는 △신규 주택 보급 △비고령 인구 비율 △지자체 재정기반 △인구증가율 △사교육 기반 △식수보급 현대화 △하수처리 현대화 △사업체 기반 등 순이었다. 서울산업대 박철우 교수는 “통상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면 제조업체 유치만 생각하는데 이들 기업이 투자 결정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인력 수급 문제다”며 “이제는 생활, 교육, 문화적 여건이 고루 갖춰져야 사람들이 가고, 자영업자들도 따라가면서 인력수급이 가능해지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조용우 미래전략연구소 차장 woogija@donga.com

▽미래전략연구소=신수정, 최한나, 조진서 기자
지역경쟁력 평가 연구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송미령 성주인 김광선 연구위원, 채종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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