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내곡동 특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25일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 귀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34)가 25일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사건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에서 “내가 내곡동 땅의 실매입자”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 등에 따르면 25일 시형 씨는 “‘내 명의로 사저 터를 사들이고 1년 뒤에 대통령인 아버지 소유로 변경한다’는 검찰 서면진술서 내용은 하나의 대안이었을 뿐 확정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용지를 실매입하려는 뜻이 더 컸다”며 기존 검찰 서면 진술을 바꿨다.
이어 그는 “서면진술서는 사저 터 매입 논란이 불거지자 내가 사실관계를 설명해 준 뒤 청와대 행정관이 이를 작성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며 “내가 서면진술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제출해 일부 틀린 팩트가 담기게 됐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또 시형 씨는 “사저 터 매입을 두고 아버지인 이 대통령과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해오다 내가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일 뿐 아버지의 일방적 지시로 매입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형 씨는 자신의 대출이자 납입 능력을 고려해 6억 원을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에게서, 나머지 6억 원은 어머니인 김윤옥 여사 명의의 논현동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았다고 진술했다. 시형 씨는 이 회장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택에 현금 6억 원을 빌리러 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서면진술서에 이 회장을 찾아간 날짜가 하루 틀리게 적혀 있어 지난해 5월 23일에서 24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 씨의 이 같은 진술은 ‘서면진술서에 모순된 부분이 많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해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형 씨는 당시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에서 ‘땅 매입 과정은 전혀 몰랐다’는 내용과 ‘그래도 내 땅이다’는 내용을 함께 명기했다. 이 때문에 ‘내 땅이지만, 땅 매입 과정은 모른다’는 모순된 진술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이창훈 특검보는 “시형 씨의 진술을 토대로 여러 가지를 살펴본 뒤 다시 소환할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시형 씨에게 현금 6억 원을 빌려준 이상은 다스 회장이 새 변호인을 선임함에 따라 다음 주에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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