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중국이 10일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으로 선언한 데 이어 하루 만에 해양감시선까지 파견할 정도로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점차 우익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다 조기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도 센카쿠 방어 체계를 더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일각에서는 센카쿠에 자위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고조되는 중-일 갈등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1일 사설에서 “‘중국 영해 및 인접구역법’에 따르면 영해기선 선포의 의미는 외국 군함이나 정부 선박이 중국 당국의 허락 없이 댜오위다오에 들어오지 않도록 중국 해감선과 어정선, 군함이 해역을 경비하고 국가주권을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 12해리 안에 진입한 건 7월 11일 한 번뿐이었다. 그동안에는 이 지역을 분쟁지역화하기 위해 간혹 섬 주변에 접근했다가 일본이 저지하면 물러나곤 했다. 이번 영해기선 설정으로 해당 수역을 감시 감독할 법적 명분이 확보된 만큼 일본과의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중국은 고위층 교류 중단 등 외교 조치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화통신은 “일본이 미국을 믿고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며 “계속해서 오판을 한다면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이날 닝샤후이(寧夏回)족자치구 인촨(銀川) 시에서 열린 경제 관련 세미나에서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역시 중국의 공세를 마냥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노다 총리가 11일 자위대 간부들에게 경계강화를 지시한 것은 중국을 향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된다. 일본은 지난달 말 센카쿠를 포함한 낙도(落島) 방위용 자위대 훈련을 실시했다. ○ 군사 충돌은 서로 피할 듯
일각에서는 인민해방군이 센카쿠 열도 상륙 작전을 벌이는 등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는 11일 “국유화 결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의 주권에 대한 가장 적나라한 도전”이라며 “일본 정부가 불장난을 그만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는 시위일 뿐 양국이 실제로 군사적 충돌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센카쿠 열도는 1960년 체결된 미일 안전보장조약이 적용되는 지역으로 중국과 일본 간에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0년 10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센카쿠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적용 범위 안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핵무기를 뺀 나머지 군사력에서 중국이 열세라는 점도 군사충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9월호는 ‘2012년 일중 해전’이라는 글에서 “중국이 전투함 수 등 양적인 면에서 일본에 앞서지만 지대함 미사일 능력 등 질적인 면에서 일본의 상대가 안 된다”고 분석했다. ○ 강경 기조 속 물밑 조율
겉으로 드러난 강경 기조와 달리 양측 모두 강약을 조절하는 기류도 읽힌다. 중국은 해감선을 11일까지 댜오위다오 주변 12해리 이내로 진입시키지 않고 외곽에 머물게 하고 있다. 댜오위다오를 영해기선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감선이 12해리 안으로 들어가면 일본 순시선과 바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일본도 ‘중국 달래기’를 시도 중이다. 우선 11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베이징(北京)에 급파해 국유화 취지를 설명했다. 또 중국과 대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당분간 센카쿠의 항만 시설을 정비하거나 등대를 건설하지 않을 계획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일 양국이 자국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양측은 외교관계의 파탄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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