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사장 불법개조 차량끼리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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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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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의선 가좌역 구간 1명 숨지고 8명 다쳐
경운기-트럭 불법개조… 바퀴만 바꿔달고 궤도 운행

20일 오전 1시 32분경 서울 마포구 중동 경의선 가좌역 2공구 지하 3층 공사 현장에서 경운기가 케이블 드럼(원형의 목재포장 케이블 뭉치)을 밀고 가다 앞서 가던 1t 트럭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케이블이 트럭으로 굴러가 차에 타고 있던 9명의 인부들이 케이블에 깔리고 이 중 한 명이 숨졌다. 마포경찰서 제공
20일 오전 1시 32분경 서울 마포구 중동 경의선 가좌역 2공구 지하 3층 공사 현장에서 경운기가 케이블 드럼(원형의 목재포장 케이블 뭉치)을 밀고 가다 앞서 가던 1t 트럭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케이블이 트럭으로 굴러가 차에 타고 있던 9명의 인부들이 케이블에 깔리고 이 중 한 명이 숨졌다. 마포경찰서 제공
철로 위를 다니기 위해 고무타이어 대신 열차 바퀴를 단 1t 트럭과 경운기는 각각 2.3t에 달하는 고압 케이블을 옮기고 있었다. 20일 오전 1시 32분경 서울 마포구 중동 경의선 가좌역 2공구 지하 3층 공사 현장의 모습이다. 케이블 드럼(원형의 목재포장 케이블 뭉치)을 밀면서 뒤따라가던 경운기가 어두운 터널 안에서 앞서가던 트럭을 추돌했다. 육중한 케이블이 작업인부 4명이 타고 있던 트럭으로 굴러갔다. 트럭이 찌그러지면서 인부들이 케이블에 깔렸다. 경운기에 탄 6명은 추돌 충격에 밖으로 떨어졌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트럭에 타고 있던 T산업 소속 임모 씨(33)가 고압 케이블에 깔려 숨지고 박모 씨(38) 등 8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를 낸 트럭과 경운기는 모두 불법 개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럭과 경운기의 바퀴를 빼내고 선로 궤도에 맞는 철제 바퀴를 넣어 안전검사도 받지 않고 사용했다. 1t 트럭을 개조한 운반용 차량이 시속 4∼5km로 2.3t 무게의 고압 케이블 3개를 밀고 가다가 정차했지만 같은 개수의 케이블을 밀며 뒤따라오던 경운기가 이를 발견하지 못해 추돌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 조사 결과 어두운 터널 안에는 차량을 안내하는 신호수도 없었다. 차량에는 형광표지도 없었다. 경운기 운전사 김모 씨(47)는 진행 반대 방향을 보며 후진으로 이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선로와 연결되지 않은 구간에는 정식 모터카가 들어올 수 없어 해당 업체가 불법 개조한 차량을 썼다”고 밝혔다.

경찰과 업체 등에 따르면 지하 선로 공사현장에서 불법 개조 차량은 일명 ‘코니카’로 불리며 자주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운기는 T산업이 다른 업체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개조된 화물용 객차가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걸 알았다면 이를 막았을 것”이라며 “공사 중인 지하 구간의 운반용 차량 운행은 중앙 관제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문산발 서울역행 열차는 가좌역 지상구간을 이용하고 있지만 문산발 용산역 열차가 11월부터 지하구간을 다닐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차량을 개조하고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은 점이 확인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하선로 사고#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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