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엄마들을 위한 포르노 논란… 그 소설책 드디어 한국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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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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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EL 제임스 지음·박은서 옮김1권 416쪽, 2권 364쪽·각권 1만2000원·시공사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 ‘역사상 가장 짜릿한 소설’ 등의 평가를 받으며 올 상반기 영미권 출판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책. 4월 출간 이후 석 달 만에 미국에서 2100만 부를 돌파했고, 영국에서는 판매 11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갖고 있던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기록(36주)을 가뿐히 넘겼다. 대체 무슨 책이기에.

톡 까놓고 말해 청소년 대상 연애소설, 즉 ‘할리퀸 로맨스’를 떠올리게 한다. 평범하고 순수한 여성과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성의,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연애가 꿈처럼 펼쳐지기 때문. 다만 노골적이거나 때론 변태적인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니 ‘성인용 할리퀸 로맨스’라고 할까. 출판사조차 인터넷 서점에 ‘청소년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도서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넣었다.

대학 졸업반인 스물한 살 아나스타샤 스틸은 남자 경험이 거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 그는 대학 신문에서 일하는 친구를 대신해 스물일곱에 억만장자가 된 크리스천 그레이라는 남성을 인터뷰하게 되고, 완벽한 외모에 엄청난 재력까지 겸비한 그에게 한눈에 빠진다. 그레이도 스틸에게 관심을 갖게 되며 서로 가까워진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이미 완간됐지만 국내에는 먼저 1권만 나왔다. 200자 원고지 3000장 분량인 1권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했다. 책의 ‘3분의 1’을 살펴봤을 때 솔직히 의아했다. 물론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하지만 앞서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책의 화려한 명성에 쉽게 공감은 안 간다.

문학성은 논외로 치자. 소설 ‘트와일라잇’에 빠진 저자가 작정하고 썼다는 첫 번째 소설에 작품성 운운은 ‘결례’다. 중요한 것은 로맨스 소설의 성공을 결정짓는 남자 주인공, 그레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다. 이는 섹스를 안 할 때와 섹스를 할 때로 나눌 수 있는데, 실제 소설도 두 장면을 반복하면서 오르가슴을 증폭시킨다.

평상시 그레이는 남성이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잘난 놈’. 스틸이 ‘보고 싶다’고 하면 단숨에 달려오는 과감함, 스틸이 흘려 말한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선물 공세를 퍼붓는 세심함, e메일로 위트 있는 대화를 나누는 다정함, 헬기와 요트를 타고 다니는 능력까지. 이 남자에게 혹하지 않기 어렵다. 그러면 섹스는 어떤가. 한마디로 변태다. 기괴한 체위에, 채찍 수갑 등 각종 기구까지. 스틸과 주종(主從) 관계를 설정한 그는 폭력까지 행사하고 난 뒤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전적인 통제를 행사한다는 것, 그게 나를 흥분시켜.” 적어도 기자에게는 ‘나쁜 놈’처럼 보이지만 그레이는 이미 수많은 여성 독자의 우상이 됐다.

어쩌면 공공장소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괜히 딴 생각은 하지 말자. 결국 취향이고, 방식의 문제니까. 게다가 컴퓨터에 은밀히 저장된 야한 동영상을 혼자 보는 것보다는 당당하지 않은가.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 향기#문학#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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