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 소속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모임에서 최근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30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이재오 의원에 이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까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 청와대 배후설 다시 솔솔
22일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몇몇 친박계 의원 사이에서 ‘청와대 배후설’이 제기됐다가 “너무 성급한 반응”이란 비판 속에 사그라진 바 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대선 출마 대열에 합류하자 “청와대의 재가 없이 나왔겠느냐”며 ‘청와대 배후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이날 친박계 핵심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출마는 예상을 못했다”며 “의심 가는 부분이 많으니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청와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최소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대가 개입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의 대선 출마는 청와대와 무관하다”며 “이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지만 새누리당 대선 경선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배후설을 부인했다.
청와대를 향한 친박 진영의 의심의 눈초리는 자연스레 정책 차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 측은 최근 불거진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부정비리 의혹과 미국 광우병 발생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 여부를 두고 현 정부와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
다른 친박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2008년 쇠고기 파동 때도 ‘필요 시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앞으로 그 기조는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친박, ‘경계대상 1호’는 이재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비박 후보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건 아니다”라며 “그동안의 행보, 향후 경선 흥행 등을 놓고 보면 당에 도움이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에선 김 지사와 정 전 대표의 경우 최소한 탈당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임 전 실장에 대해선 “비박 후보 연대의 힘이 더 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청와대 개입과 같은 배후가 없다면 흥행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태호 의원이 출마할 경우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 친박계 인사들도 있다.
친박계 내에서 가장 거부감이 강한 후보는 이재오 의원이다. 조만간 대선 경선 출마를 예고한 이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위원장은 공천 이후에도 화합하고 통합하기보다는 ‘나 혼자 나가겠다’는 오만이 넘친다” “인기투표식 대세론은 허상이고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등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친박 진영에선 “예상했던 일”이라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이 의원은 박 위원장 밑에서 여당을 하느니 정권을 넘겨주고서라도 야당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과 이 의원의 악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위원장을 ‘독재자의 딸’로 비난했고, 박 위원장은 2006년 전당대회 때 이 의원의 경쟁자였던 강재섭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의원은 대선 경선 때 박 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선봉에 섰고 18대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숙청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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