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연예인 직찍, 상당수는 계산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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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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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들은 SNS에 일상 사진을 공개해 대중과 소통을 시도한다.(왼쪽부터 카라 구하라, 포미닛 현아, 이진) 각 연예인 트위터,미투데이 제공
최근 연예인들은 SNS에 일상 사진을 공개해 대중과 소통을 시도한다.(왼쪽부터 카라 구하라, 포미닛 현아, 이진) 각 연예인 트위터,
미투데이 제공

▽사례1#: 여배우 A 양은 인터뷰 도중 “요즘 출연 드라마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뜸해졌다”며 “트위터에 사진 한 장 올려야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트위터에는 그가 침대에서 혼자 찍은 듯한 ‘셀프카메라(셀카)’ 사진이 올라왔다.

▽사례2#: 드라마를 끝내고 미국 여행길에 오른 B 양은 매니저 검열 없이 민낯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봉변을 당했다. 얼굴이 살짝 부어 있어 성형 의혹을 산 것. ‘B 양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쏟아졌고, 소속사는 “새 사진을 올렸다. 제발 B 양 기사를 삭제해 달라”며 각 매체에 사정했다.

▽사례3#: 온라인 쇼핑몰 대표 C 양은 아예 ‘직찍’ (카메라로 직접 찍어 인터넷 등에 게재한 사진)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다. 자기 쇼핑몰 옷을 입고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마치 ‘파파라치 컷’인 것처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기자에게 제보한다. C 양을 검색하면 작품 활동 기사보다 ‘직찍’ 기사가 더 많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연예인 ‘직찍’ 기사가 쏟아진다. 늦은 밤 소파에서 편하게 잠든 사진, 형제자매와 함께 찍은 사진, 귀여운 걸 그룹 멤버가 늦은 밤 칼로리 높은 야식을 먹는 ‘인증 샷’을 남기기도 한다.

대중들은 화려함 속에 숨겨진 모습, 즉 연예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훔쳐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 시켜 주는 ‘직찍’ 사진에 열광한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직찍’ 기사를 위해 홍보 전략까지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인들은 연예인들이 순수하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의 ‘셀카’를 올리는 것으로 알지만, 실상 연예인 자신을 홍보하거나, 출연작을 홍보하려는 마케팅 목적이 크다.

한 기획사 홍보 담당자는 “소속 연예인 출연 드라마가 방송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관련 기사 개수를 체크한다”며 “기사가 별로 없으면, 촬영장 ‘직찍’을 뿌린다. 쉬는 시간 동료끼리 장난스럽게 찍은 사진을 보도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무보정 몸매, 걸그룹의 폭풍식사 직찍 등에 대중들은 ‘훔쳐보기’ 욕구를 충족한다. (바다, 티아라 지연, 효민) 각 연예인 트위터
연예인들의 무보정 몸매, 걸그룹의 폭풍식사 직찍 등에 대중들은 ‘훔쳐보기’ 욕구를 충족한다. (바다, 티아라 지연, 효민) 각 연예인 트위터


연예인 일상생활 사진은 인터넷에서 소비가 잘 된다. 명품만 두르고,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여배우의 민낯 사진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 이런 사진은 빠르게 기사화되고 포털 사이트 명당자리에 편집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선 파파라치 사진이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엔 그런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대중들의 욕구는 있는데 그걸 해결해줄 통로가 좁다 보니, 연예인 스스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 ‘직찍’이 소속사의 제재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앞서 B 양처럼 제아무리 아름다운 연예인이라도 항상 아름다운 사진만 찍히기는 힘들기 때문. 소속사들도 애먼 사진이 공개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에게 SNS 금지령을 내리거나, 아예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심지어 소속사에서 직접 SNS를 관리하는 곳도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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