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뮤직] 빡세의 데뷔앨범 페로몬스타(Peromonstar)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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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행 만화가의 유러피안 블루스 데뷔작
● 상수역 터줏대감, 음악으로 덤덤한 일상에 도전하다


'빡세의 무규칙 여행기'란 웹툰으로 유명한 그는 홍대부근 상수역에 거주하는 삼십대 후반의 예술가다. 현재 그는 9개의 매체에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데, 주로 'LP애'라는 까페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다.

8월의 어떤 더운 여름날, 그는 가게에 자주 놀러오는 블루스뮤지션 '김마스타'를 만나게 된다. 만화가 빡세의 데뷔 앨범 '페로몬스타'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MP3로 기타반주에 녹음된 빡세의 노래데모를 들은 김마스타는 무려 '50만 명'이라는 애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그의 설명에 혹해 프로듀서를 자처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고급블루스앨범으로 승화시키는데 두 달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둘이 유별난 회의와 토론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빡세가 만화를 그리듯 그저 영화 속 장면처럼 음악을 그려내었을 뿐이다. 2011년 8월말부터 시작된 녹음에는 김마스타의 오랜 친구들이 총동원되기도 했다. 그렇게 석 달 가까이 함께 고생한 이 두 남자는 '유로피안블루즈'풍으로 포장된 빡세의 데뷔앨범을 '숨풍'하고 낳게 되었다.

총 7개의 트랙에 2번 '그대 왜 나를'을 타이틀로 3번 '돈 줘'를 다음 곡으로 선별했다. 데뷔 8년차 김마스타가 편곡과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그의 다국적군이 녹음세션에 참여했다. 방송심의를 통과하기 위한 '싫음말고'의 오리지날 버젼이 따로 9번에 수록되었고 3분 40초에 집착하는 한국의 방송시스템에 맞게 타이틀곡 '그대 왜 나를'의 중간 베이스 솔로부분을 편집하여 8번에 수록했다.

빡세는 만화가로 보낸 8년의 시간 이전에 게임회사에서 디렉터로 일하며 블루스 뮤지션으로써의 꿈을 갖고 차근차근 노래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그 경험이 이번 도전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 Paxe + Kimmaster = 유로피안 블루스

뿐만 아니라 그는 다년간의 라이브 경험까지 갖고 있어 녹음은 수월한 편이었다. 그의 재치와 입담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그의 방송활동을 통해 입증이 되어왔다. 실제 한달에 한번씩 떠나는 그의 만화를 위한 여행은 현재도 이어져 엔터테이너로써 라이프스타일이 이어지고 있다.

꾸밈없고 사실적인 표현력 속에 개구장이 한명이 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진심을 숨기는 법을 그는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으로 보이는 페로몬 가득한 남자의 이번 음반의 수록곡들은 음악의 풍과 가사의 솔직담백한 냄새로 대변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만화가 빡세와 블루스뮤지션 김마스타의 만남으로 이번 앨범에는 마스터링 기사의 멘트대로 "이건 팝송이구만"이라고 할 만큼 차별화된 사운드와 스타일로 드러난 7곡이 수록되었다.

첫 곡은 아라비안나이트 동화책 속 시타르 소리로 시작하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로 경쾌하고 힘차게 출발한다. 녹음한 뮤지션들 사이에선 '강변북로 질주용 트랙'이라는 별명을 얻은 곡으로 앞으로 빡세의 라이브 스타트곡은 무조건 이곡일 것이다.

그 다음은 바로 '7080 분위기'를 물신 풍기는 노래다. 주변에서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는다면 바로 송대관에게 트롯트 곡으로 팔아버리자는 의견이 팽배했을 만큼 강렬한 타이틀곡 '그대 왜 나를'이다.

모니터했던 모든 이들이 이번 앨범에서 보편타당하게 히트할 곡이라 인정했다.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지나간 연인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곡에 가벼운 '잔미소'와 함께 고개가 흔들어질 것이다.

내년에 수많은 거리축제와 시민문화제가 이 어려운 경기를 빗대어 벌어질 것이다. 빡세의 꿈은 3번 트랙 '돈줘'가 그 자리에서 울려 퍼졌으면 하는 것이다. 혹시나 대부업체 CF곡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4번째 트랙 'Sweet'과 5번째 트랙 'Lonely gums brothers'는 영어가사라 쉽게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특별한 내용은 없어 보인다. "검스(Gums)=검은 스타킹"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6번째 트랙 '싫음 말고'는 빡세의 생활습관을 엿볼 수 있는지 모른다. 인천남자는 그는 가끔 예상 밖의 웃음을 터트리며 입버릇처럼 '싫음 말고'를 주워섬긴다. 아는 동생 가운데 계속 패션모델 같은 외모중심의 이성만 사귀는 친구가 있다. 그 비결을 물어봤다. 대답은 "예쁘면 사귀자고 들이 민다. 싫음 말고…"의 전략이란다. 다행히 열에 한번은 통한단다. ¤음 말고!

다음은 마지막 곡 '웃는다'. 처음엔 그저 그랬는데 자꾸 듣다보면 '정든다'는 말이 생각나는 곡이다. 아마도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바람부는대로 거침없이 살고 싶어"가 아닐까. 빡세는 히피도 보헤미안도 아니다. 소시민에서 만화가라는 비정규직으로 이동한, 재미없는 일상을 정면 돌파한 사람이다.

■ 만화가, 음악으로 재미없는 일상을 정면 돌파하다…

그에게는 아직까지 유일한 낙은 만화를 그리며 떠도는 삶이고 뜬금없이 내놓은 블루스앨범 한 장으로 삼십대들에게 한번뿐인 인생에 이런저런 눈치 보지 말고 물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 인생의 거친 풍랑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는 또래 친구의 격려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화가 빡세는 늘 재밌는 행복을 추구한다. 순간에 맛을 음미할 줄 아는 한 만화가는 단골까페에서 좋아하는 블루스를 즐기는 뮤지션 김마스타를 만났고 100일후에 그의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묵은 김치'같은 곡들을 끄집어내어 함께 요리를 한 것이다.

거기에는 가련한 남자의 우수 짙은 눈빛과 하루하루를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쓸쓸함
그리고 오랜 시간 만나온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설명해주는 노래까지 맛으로 베여있었다. 앞으로 그의 삶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그가 좋아라하는 블루스음악을 틀어놓고 그가 다녀온 세상에 모습들로 만화를 그려 안주삼아 호방하게 크게 한번 웃을 것이다.

우리의 곁에는 아이돌도 나가수에 나오는 명인들도 필요하겠지만 이렇듯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는 블루스 가수도 한 명 알아두면 좋을 듯싶다.

불과 40여분에 지나지 않는 노래이야기 이지만 국내 언더그라운드에 또 하나의 가스등이 밝혀지는 순간인 것에는 틀림없다.

* 빡세(PAXe, 본명은 박민호) 자칭타칭 종합예술인,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싱어송라이터, 자유기고가
* PAXe란? 평화의 여신 PAX (로마신화)에서 파생된 이탈리아 사투리로 여행을 통한 평화를 뜻함

김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 sereeblue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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