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16>성탄절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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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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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서양의 ‘神에게 바치는 제물’에서 유래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성탄절에 케이크를 먹는 사람이 많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최대의 명절인 성탄절을 기념해 전통적으로 케이크를 준비한다. 성탄절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니까 성탄절 케이크 역시 아기 예수의 탄신을 축하하는 생일 케이크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현대적인 의미는 그럴 수 있지만 사실 케이크, 특히 성탄절 케이크의 뿌리는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다소 다르다.

서양에서는 기념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주로 케이크를 준비한다. 생일이나 결혼식처럼 각종 기념식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 케이크다. 고대인들이 소원을 빌면서 신에게 바치던 제물에서 비롯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고대인에게 계절의 변화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계절의 변화를 태양과 달의 죽음과 부활로 여기며 사계절에 따라 씨를 뿌리고 결실을 거뒀던 옛날 사람들에게 케이크는 태양과 달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일반적으로 케이크를 둥글게 만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비롯된 케이크는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여러 가지 기념 케이크가 발달했다. 이를테면 생일 케이크는 고대 그리스, 결혼 케이크는 고대 로마에서 유행했는데 성탄절 케이크는 중세 유럽에서 발전했다.

그런데 엄격하게 말하자면 성탄절 케이크는 원래 아기 예수의 생일인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예수가 탄생한 지 12일째 되는 날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의 인도를 받아 구세주인 예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찾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한 케이크였다는 것이다. 이날을 주현절(epiphany)이라고 하는데 중세시대에 주현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성탄절 케이크다. 그러다 중세를 지나면서 주현절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의미가 바뀌어 지금처럼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케이크가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국가에서 성탄절 케이크를 영어로 주현절 케이크 혹은 왕의 케이크라고 부르는 이유도 성탄절 케이크의 뿌리를 주현절 케이크에서 찾기 때문이고 동방박사를 동방에서 온 세 명의 왕으로 풀이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일부 식품 역사학자는 아랍과의 교류로 이를 해석하기도 한다. 남부 유럽의 성탄절 케이크는 주로 밀가루 빵에 마른 과일과 견과류를 얹어 만드는 일종의 과일 케이크인데 이렇게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은 아랍의 요리법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중세 유럽은 문명이 훨씬 앞섰던 아랍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까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드는 방법도 아랍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동방박사의 경배를 기념해 케이크를 만든 것 역시 중세 유럽과 아랍의 교류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짐작된다.

성탄절 케이크를 먹을 때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 케이크에 콩이나 동전, 반지 등을 넣어 만드는데 동전을 넣은 케이크 조각을 먹으면 부자가 되고 반지가 든 조각을 먹으면 그해 결혼을 하게 된다고 여겼다. 이와 비슷하게 동양에서는 설날 먹는 만두에 동전을 넣었다. 청나라 때 ‘연경세시기(燕京歲時記)’에 기록이 보이는데 우리나라에도 있는 풍속이다. 행운과 복을 기원하는 의식에서 비롯됐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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