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 사람]“팔고 남은 빵은 복지단체로”… 대전 성심당 제과점 임영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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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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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 이어 55년째 ‘사랑의 빵 기부’

대전 토착 제과제빵업체인 성심당 임영진 대표는 ‘빵 기부 천사’로 불린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토착 제과제빵업체인 성심당 임영진 대표는 ‘빵 기부 천사’로 불린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복지시설에 있는 어린이나 노인들이 매일 빵을 기다립니다. 그분들을 위해 오늘 구운 빵 중 일부가 안 팔리기를 은근히 기대하지요.”

대전 중구 은행동에 있는 토착 제과제빵점 성심당(聖心堂). 이곳 임영진 대표(57)는 대전에서 ‘빵 기부 천사’로 불린다. 그는 팔고 남은 빵을 다음 날 아침 대전지역 아동센터, 노인병원, 외국인노동자센터 등 150군데에 차례로 기부하고 있다. 부친인 임길순 씨(1981년 작고)가 1956년 성심당을 창업한 이후 2대에 걸쳐 55년째 이어지고 있는 일이다.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인 임 대표의 부친은 1·4후퇴 때 월남한 뒤 대전역 앞에 10m²짜리 허름한 찐빵가게를 차렸다.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전쟁 때문에 버려진 고아나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자식들에게 “월남하면서 몇 번 죽을 뻔했는데 살아 있는 것만도 행복하다. 여생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며 이 같은 기부를 해왔다.

상호인 ‘성심당’도 ‘거룩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빵을 굽는다’는 뜻. 성심당에서 하루 만드는 빵은 6000개 정도. 하루 평균 400∼500개를 남겨 복지단체 등에 전달하고 있다.

다른 제과제빵점은 남은 빵을 대체로 절반 값에 팔거나 손님들에게 덤으로 주지만 임 대표는 결코 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없다. 이 빵들을 가격으로 치면 월 1000만 원에 이른다. 임 대표는 “어떤 때에는 빵이 모두 팔려 일부러 새로 굽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노숙인들을 위해 6년 전부터 예수수도회를 통해 빵을 제공하고 있는 그는 1987년 전두환 정권 시절엔 시위현장의 대학생들에게 빵을 나눠주었다가 경찰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성심당의 이 같은 빵 기부는 3대째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들 대환 씨(25)도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소중한 전통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하기 때문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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