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⑪ 딴따라가 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일 18시 08분


코멘트

●아직도 딴따라로 비하되는 연예인?
●다수인 보통 연예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적 배려


상당수의 사람들은 '고급문화'가 '대중문화'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다. 즉 클래식이나 발레 등 순수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TV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보다 더 많은 재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동방신기나 보아와 같은 대중가수가 조수미 같은 성악가나 장한나 같은 첼리스트에 비해 타고난 재능이나 후천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개념은 많은 허점과 모순을 지니고 있다.

며칠 전에 모 언론사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서 '딴따라'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요즘에는 가벼운 느낌으로 사용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꽤나 모용적인 표현이었다. 과연 딴따라란 말은 어디서 유래됐고 어떤 의미의 단어일까?

■ 전통적 '딴따라'는 나팔소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딴따라'는 '연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연예인을 좋지 않은 의미로 비하하여 부르는 말인 것이다.

'딴따라'라는 말은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인데 그 어원은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예전에 유랑극단, 서커스단 등이 공연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서 나팔과 북 등을 시끄럽게 울리면서 거리를 행진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나팔의 소리를 뜻하는 영어 '탄타라(tantara)'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딴따라'란 연희패, 유랑극당, 서커스단 등이 공연을 알리기 위해서 시끄러운 나팔을 연주하며 거리를 활보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가끔 연예인을 소리꾼, 광대, 기생 등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춤과 노래 그리고 다양한 기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의 사람들이 지금의 연예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연희(演戱)를 업으로 삼던 이들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고 약자의 입장이었다. 물론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의 연예인들도 낮은 계층으로 간주하거나 무시하는 의미에서 암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광대, 소리꾼, 사당패, 기생 등은 연예인의 원조로 볼 수 있을 것이며, 딴따라라는 말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발생한 용어이다.

1930년대 예능인들은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며 사회적 지위를 조금씩 향상시켜왔다.(동아일보 DB)
1930년대 예능인들은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며 사회적 지위를 조금씩 향상시켜왔다.(동아일보 DB)
■ 연예인과 기생 그리고 기획사와 권번

그러나 이제 연예인이란 직업은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스타들은 인기와 부를 창출하고 일종의 권력을 가진 엘리트 집단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산물인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전문가나 전문 집단의 도움이 필수적이 됐다.

과거에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음반을 취입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여 음반을 제작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발굴하여 능력을 계발하고 어떤 연예콘텐츠로 대중에게 노출시켜 스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연예매니지먼트 전문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 기생들도 권번(券番)이 설립되며 상업성을 띄며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권번이란 어릴 때부터 소녀들이 소속되어 노래와 춤 등을 교육받고 기생으로 데뷔하여 활동하는 일종의 기생들의 조합을 말한다.

근대 기생들이 예능인으로 인정받고 사회진출의 폭이 넓어지게 된 이유는 당시 그들의 주 활동무대인 요릿집이 성업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기생과 권번 그리고 요릿집은 그 당시 사회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형태였는데, 오늘날 기생이 연예인 그리고 권번이 연예기획사이고 요릿집은 방송사, 영화사 등인 셈이었다.

그러나 권번은 현재의 연예기획사 보다 에이전시에 가까운 역할을 하였다. 교육을 담당하고 출연의 섭외와 출연료의 수금에만 관여할 뿐, 기생은 개별적으로 가마나 인력거를 타고 요릿집 등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유랑극단이나 서커스단 그리고 사당패도 일종의 단체 또는 기획사의 역할을 하면서 연예인들의 연예활동(당시는 연예라기보다 연희였다)을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곳이었다. 교육과 공연의 진행 그리고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보호 단체였던 것이다.

그럼, 전문적인 직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재의 연예인들은 연예기획사나 다른 관련 협회를 통하여 권리를 보장받고 있을까?

연예인이란 직업은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업종으로 분류되는데,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급여대상자가 아닌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소속된 단체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 같은 것도 없고, 노후에 연금도 없다. 이런 모든 자신의 복지문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점차적으로 연예인의 능력보다 매니지먼트 전문 집단의 기획, 마케팅 능력과 대자본을 토대로 제작된 아이돌그룹들이 상품성을 띄면서 인권의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그리고 연예매니지먼트시스템이 점차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지며, 예능인으로서의 능력개발 보다 수익창출을 위한 소모성 콘텐츠로 사용되기 일쑤이다.

한국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한 애프터스쿨. 이제 성공한 연예인들은 국가를 대표할 정도의 높은 위상을 지닌 존재로 탈바꿈했다.(스포츠동아)
한국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한 애프터스쿨. 이제 성공한 연예인들은 국가를 대표할 정도의 높은 위상을 지닌 존재로 탈바꿈했다.(스포츠동아)
■ 연예인 복지는 과연 고려되고 있을까…?

예를 들어, 연예기획사는 연예인을 인격이 아닌 상품으로 간주하고 선투자한 전속계약을 제3자에게 양도하기도 한다.

한류스타로 유명한 가수 겸 연기자 J는 원래 S사의 소속으로 발굴되어 몇 년간 준비과정을 밟았지만, 데뷔의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다른 회사로 양도되어 데뷔하고 스타로 등극한 바 있다. 또한 연예기획사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소속 연예인들이 소속사와 함께 전속계약이 이전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적인 캐스팅매니저들은 수십 명의 청소년들을 관리하며 대형 연예기획사에 신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고 특정 연예인의 지분을 보장받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아직도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고 저급문화, 대중문화의 실연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일부 스타들은 그들의 희소성과 가치를 무기로 오히려 권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공존한다.

언론에서 회자되는 스타들의 전속계약과 관련된 분쟁들을 따지고 보면, 그들이 스타로서 권력이 생기면서 상호간에 합의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사례들이 많다. 게다가 흥행을 담보로 높은 개런티와 전속 계약금을 요구하며 시장의 시스템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이제 연예인이란 직업이 하나의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복지에 관한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연예인들의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단합하며 합리적인 처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