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힘겨루기]靑 “巨惡이 편히 잠들어선 안돼”… 여론흐름-법리에 자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청와대가 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기능을 없애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여론의 흐름과 앞으로 있을 법리 공방, 여당 내 기류 등을 충분히 감안한 선제적 대응이다.

이런 대응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사실상 반대 의견을 참모들에게 밝힌 것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성격을 ‘과거 정부 때 급성장한 회사가 이명박 정부에 로비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불법 로비자금이 현재와 과거 정부의 누구에게 건네졌는지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시점에서 중수부의 수사기능을 폐지할 경우 검찰의 수사의욕을 꺾고 청와대의 구상에도 큰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와 미래의 수사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가 청와대에 분명히 존재한다. 중수부 폐지로 거악(巨惡)이 편히 잠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이날 일찌감치 이 대통령을 만난 것이 확인되면서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임 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국내외를 엮는 전국적 수사를 가능하게 하고 △정치권의 압력에 위축되지 않는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처럼 저축은행의 위치(부산), 관련자 출신지역(호남), 현재 거주지(서울), 해외투자(캄보디아) 등 특정 지역에 관할권이 국한되지 않는 수사 주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청와대는 국회가 법무부 산하 기구인 대검찰청의 업무분장을 ‘법을 고쳐서라도’ 바꾸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라는 판단도 갖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회가 입법을 통해 시시콜콜히 정부 기구의 업무를 제한하려 한다면 삼권분립에 위배되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논의를 보는 민심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권한이 약해지면 과연 누가 가장 좋아할지 국민들은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자칫 한나라당 의원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 핵심 참모는 “일단은 좀 보자. 한나라당의 일부 지도부가 청와대의 의견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으니 앞으로 의원총회 등에서 차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법제화를 강행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가서 (거부권 행사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