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태국의 보물 사무이 섬에서 순수 고요 원시를 온몸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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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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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위안 섬의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선착장 섬. 정면의 얕은 바다는 라군(석호)처럼 잔잔해 스노크링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낭위안 섬의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선착장 섬. 정면의 얕은 바다는 라군(석호)처럼 잔잔해 스노크링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섬의 첫인상은 공항에서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최고는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공식명칭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다. 열대 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트로피컬샬레(열대 섬의 전통건축)풍 청사. 트랩을 내려서자 폴 고갱 그림 속의 다갈색 피부 폴리네시안 처녀가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티아레(하얀 치자꽃) 한 송이를 건네고 미소 지으며. 그 뒤에선 폴리네시안 남자 셋이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불러준다.》
○ 식음료를 공짜로 주는 친절한 사무이 국제공항


낭위안 섬의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섬과 주변. 썰물로 수면이 낮아지면 세 섬은 이렇게 모래톱으로 연결된다. 가운데가 나루터 섬으로 레스토랑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졌다(위). 사무이 섬 산속에 있는 낙차 80m의 나무앙 제2폭포. 한낮에도 시원해 더위를 피하기에 좋다(아래).
낭위안 섬의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섬과 주변. 썰물로 수면이 낮아지면 세 섬은 이렇게 모래톱으로 연결된다. 가운데가 나루터 섬으로 레스토랑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졌다(위). 사무이 섬 산속에 있는 낙차 80m의 나무앙 제2폭포. 한낮에도 시원해 더위를 피하기에 좋다(아래).
그 정도엔 못 미쳐도 인상적이었다. 사무이 공항도 전통 스타일이었다. 예쁜 처녀나 환영음악은 없어도. 그 대신 놀이공원의 ‘코끼리열차’가 나를 맞았다. 터미널까지 300m는 이 차로 간다. 그런데 터미널이 색달랐다. 아웃렛처럼 단층건물 몇 채가 골목 양편으로 줄지어 있다. 실제로 아웃렛을 개조한 것이었다.

국제선 출발장의 음료와 스낵 무료서비스도 특별하다. 대기하면서 주스와 커피, 핫초콜릿 등 음료와 머핀, 샌드위치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와이파이로 신정아 씨의 책 ‘4001’이 막 일으킨 파문을 추적하면서. 세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런 서비스.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지. 공항은 태국정부 것이 아니었다. 방콕에어웨이즈(태국항공사) 소유다. 왜 항공사가 공항을 운영할까. 투자전략이다. 섬 개발 초기, 항공사는 사무이 섬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짚었다. 그래서 자기자본으로 공항을 건설하고 항공로를 개척했다. 공항이 생기자 리조트 개발이 활발해졌다. 엄청난 투자에 수많은 관광객이 뒤따랐다. 성공적이었다. 방콕∼사무이에만 방콕에어웨이스가 하루 23편 운항하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타이항공 등 다른 항공사도 취항한다. 별도 운항료를 방콕에어웨이스에 내면서.

○ 순수와 고요의 섬, 사무이에서 맞는 아침의 정경

낭위안 섬을 찾은 유럽인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무이 섬을 찾는 휴양객은 지금도 유럽인이 다수다.
낭위안 섬을 찾은 유럽인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무이 섬을 찾는 휴양객은 지금도 유럽인이 다수다.
섬에서의 첫 아침. 사무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에서 깨는 것이었다. 순수의 섬에서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같다. ‘새소리와 더불어 시작하는 청명한 아침’이다. 아침 새소리에 내 오감은 한순간 화들짝 열린다. 잠들었던 원시성도 후다닥 되살아난다. 이제부터다. 섬의 순수를 온몸으로, 오감으로 느끼는 것은. 빛과 소리, 맛과 향기, 촉감으로. 섬에서 휴식은 이렇게 즐겨야 제격이다. 원시성의 회복이야말로 섬 휴가로 얻는 최고의 수확이니까.

내가 묵은 곳은 섬 북쪽 매남 비치. 해변의 ‘페어하우스’였다. 매남 비치는 조용하다. 일찍 개발돼 방문객이 몰리는 차웽, 라마이 비치와 다르다. 리조트도 띄엄띄엄 있고 워킹스트리트(골목시장)도 없다. 페어하우스의 바닷가 야외레스토랑은 ‘더 브리-이즈(The Bre-eze)’다. 미풍을 뜻하는 ‘breeze’의 어감을 극대화한 감성적 조어다. 이런 섬에서 아침으론 레몬즙을 뿌린 파파야가 제격이다. 작은 태국산 레몬은 칼로 반을 자른다. 그 시디신 즙을 농익어 도발적인 주황빛 파파야에 뿌리는데 그 새콤 달콤 쌉싸래 짭짤한 맛이 글쎄, 꼭 첫사랑 맛이다.

○ 섬들의 세상 앙통국립공원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렇다. 한도 끝도 없다. 사무이만 해도 천국 닮은 섬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무이를 등진다. 앙통국립공원의 섬과 바다로, 따오 섬의 란위안 리조트로. 이유는 자명하다. 거긴 ‘천국에서도 특실’이니까. 나도 그 천국 특실 행 보트에 올랐다.

첫날 찾은 곳은 20km 거리의 앙통해양국립공원. 쾌속보트로도 근 한 시간 거리다. 푸껫의 팡아 만처럼 42개의 크고 작은 섬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모두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인데 용식작용으로 특이한 모습이 되었다. 섬의 바위산은 높이도 다양(높이 10∼400m)하다. 스노클링은 그중 한 섬에서 한다. 들여다본 물속. 산호수중에 열대어가 무수했다. 점심에는 전망대가 있는 매(Mae) 섬에 들렀다. 거기선 주변 바다와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미는 바로 밑, 매섬의 홍(Hong·비에 용식돼 석회암 섬 한가운데 수직으로 뚫린 구멍)에 담긴 초록물빛 바다호수 ‘나이’(폭 200∼250m)다. 섬 주변에서는 한 무리의 패들러(노 젓는 사람)가 시카약으로 해안을 섭렵 중이었다. 간조로 내려간 수면 위로 천장처럼 드러난 해안바위는 시카약을 노저어 다니기에 기막힌 코스였다.

○ 천국의 섬, 따오와 팡위안

이튿날 찾은 곳은 따오 섬. 사무이 북쪽으로 85km 해상이다. 카타마란(동체 두개의 쌍동선)형의 고속페리가 운항 중인데 승객 250명 중 한국인 신혼부부만 스무 쌍이 넘었다. 출항 20분. 태국 비치문화의 랜드마크인 ‘풀문파티(Full Moon Party)’의 발상지, 팡안 섬에 섰다. 비치마다 매달 한 번, 보름밤에 해변서 펼치는 댄스파티다. 그 밤 해변은 ‘해방구’로 변한다. 팡안은 그때마다 ‘파티 애니멀(Party Animal·파티중독자)’로 넘쳐난다.

출발한 지 1시간 반. 따오 섬 바로 옆 섬 팡위안에 접안했다. 선상에서 바라다보이던 팡위안 섬의 해변 풍경. 기막혔다. 세 섬을 잇는 두 개의 흰 모래 사주(沙柱)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뒤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와 하늘, 수평선도 인상적이었고. 그 비치를 일렬로 장식한 파라솔은 마치 설치미술의 오브제처럼 돋보였다.

페리에서 내린 나는 작은 배로 갈아탔다. 따오 섬의 스노클링 포인트로 떠나는 배였다. 따오 섬의 바위해안에서 즐겼던 1시간 반 동안의 수중여행. 또 다른 멋진 세상이었다. 배는 낮 12시쯤 팡위안으로 되돌아갔다. 오후 3시(사무이행 페리 출항시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팡위안에서도 즐길거리는 많았다. 사주로 형성된 두 개의 라군(潟湖·모래와 바위, 산호초에 갇혀 생겨난 바다호수)에서는 스노클링을 한다. 비치에서는 반라로 선탠을 하는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나는 산꼭대기 전망포인트로 올랐다. 세 섬을 잇는 사주 2개가 라군을 형성한 그 특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올라보니 선상에서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절경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목록)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팡위안 섬에서 지치도록 놀기’다.

○ 사무이 섬의 산과 바다, 그리고 코코넛

섬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산적했다. 그중에서도 ‘힌따힌야이’는 놓치지 말아야 할 ‘머스트 시(must-see)’ 목록 1번이다. 해석하면 ‘할아버지 할머니’지만 실상은 남근석과 여궁석이다. 라마이 비치 남단의 바위해안에 있는데 조물주의 솜씨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워킹스트리트’도 강추다. ‘골목시장’인데 즉석에서 조리한 갖가지 거리음식이 호기심과 입맛을 동시에 끌었다. 세상에서 코코넛 종류가 가장 많은 ‘코코넛 섬’인 만큼 거리행상의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꼭 맛보자. 코코넛 껍데기에 막 긁어낸 하얀 코코넛 속살과 견과류를 아이스크림에 담아내는데 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태국사무이섬=조성하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항공: 직항로가 없어 방콕, 싱가포르, 홍콩을 경유. 가장 편리하기는 방콕 경유(하루 25편) 노선. 인천∼방콕 5시간, 방콕∼사무이(700km) 1시간 소요. △도로: 섬에서는 오토바이가 가장 대중적. 도로는 제주도처럼 일주(총연장 60km)한다. ‘송태우’(픽업트럭 화물칸에 일렬의자 설치)는 버스 대용. 타기 전 요금 흥정은 필수다. ‘미터택시’가 있지만 말뿐으로 고정요금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탑승 전 반드시 흥정할 것. 나톤(페리 부두)∼차웽, 라마이 비치(25km)의 경우 보통 600∼800밧을 요구하지만 400밧(약 1만4000원) 이하가 적당하다. 자동차, 오토바이 모두 대여하는데 큰 업체를 이용한다. 작은 업소에서는 도난 오토바이나 무보험 차량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사무이는 11, 12월을 제외한 열 달이 대체로 건조한 편. 기온(평균)은 3월 25∼33도, 4∼7월 25∼31도. 여행 최적기는 비와 바람이 없는 3, 4월. 우기(11, 12월)는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으니 피한다. 열대라지만 얇은 긴팔 옷은 항상 준비. 냉방 추위 대비용이다.

차웽, 라마이, 매남 등 주요 비치에 고급 시설 산재. △반얀트리 사무이: 라마이 비치의 바위해안, 최고급 태국 스타일 건축 풀빌라. www.banyantree.com △파빌리온 사무이 부티크 리조트: 라마이 비치 유일의 전용 비치 리조트로 풀빌라도 있다. 매달 해변서 풀문 파티 개최. www.pavillionsamui.com △페어하우스 빌라&스파: 한적한 매남 비치에 위치. 해변은 없고 모두 가든 빌라(72채). www.fairhousesamui.com △타마린드 스프링스 포리스트 스파(라마이 비치):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자연(숲과 바위, 샘) 속 스파. 4시간 단위로 즐긴다. www.tamarindsprings.com

△사무이 섬: 힌따힌야이, 나무앙 폭포 등 관광지는 반나절 투어로 본다. △나무앙 사파리공원: 폭포가 있는 산속의 숲에서 동물 쇼(원숭이, 악어, 코끼리)는 물론이고 코끼리 트레킹과 사륜구동 투어를 즐긴다. www.samuinamuangsafari.net △주변 섬: 롬쁘라야 고속페리의 하루 일정 투어(스노클링, 카약)로 다녀온다. 호텔서 데려가고 다시 데려다 준다. 선착장은 매남 비치. www.lomprayah.com

△앙통 국립해양공원: 2000밧(약 7만2000원) ②따오·낭유안 섬: 국립공원 입장료 포함해 1700밧(약 6만1000원)
▼지프-코끼리 타고 산악트레킹··· 푸껫과 다른 즐길거리 강추▼


여행에 ‘등급’을 매긴다면, 글쎄, ‘허니문’이 가장 고급스럽지 않을까. 특급호텔(혹은 리조트)에 전용차량과 개별가이드, 다양한 옵션투어를 거침없이 즐겨서다. 이게 가능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내 돈 안 들이고 가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씀씀이에 별로 저항감이 없다. 우리나라 관광여행의 트렌드는 그런 허니문이 주도해왔다. 해외로, 리조트로, 섬으로, 풀 빌라로…. 허니문으로 시작된 지 3, 4년이면 인기 여행지로 부각된다. 그러니 특별한 곳을 찾는다면 주저 말고 요즘 뜨는 허니문 여행지부터 살필 일이다.

사무이가 그런 곳이다. 보통 ‘꼬 사무이’라고 알려졌다. 태국어로 ‘꼬(Koh)’가 ‘섬’을 뜻하니 정확히는 ‘사무이 섬’이다. 이 섬이 지구촌에 여행지로 소개된 것은 1970년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아시아 곳곳을 주유하던 유럽의 젊은이들이 주역이다. 그때만 해도 사무이는 연중 내내 코코넛 따고 고기 잡던 평범한 열대 섬이었다. 500년 전까지는 무인도였고.

그 사무이가 최근 20년간 상전벽해를 일으켰다. 관광대국 태국의 리조트 비즈니스에서 푸껫을 제치고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리조트호텔만 260개(2009년 말 현재), 침대 수가 6만여 개에 이른다. 포시즌스, 반얀트리, 식스센시스 등 리조트의 최고급 브랜드가 모두 다 들어왔다. 뒤늦게 관광산업을 개시한 만큼 개발도 친환경적이다. 우거진 숲으로 온통 녹색을 띠는 섬은 새하얀 분말형의 고운 모래 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둘러싸여 보석처럼 빛난다.

사무이는 푸껫과 곧잘 비교된다. 크기는 사무이가 작다. 푸껫은 태국의 섬 중 최대다. 사무이는 창 섬에 이어 세 번째. 위치는 정반대다. 푸껫은 반도 서편 안다만 해, 사무이는 동편 태국 만이다. 기후도 다르다. 푸껫은 5∼11월이 우기지만 사무이는 11, 12월 단 두 달뿐이다.

푸껫은 이제 섬이 아니다. 연륙도다. 사무이는 8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육지로부터 무려 80km나 떨어졌다. 푸껫은 전체적으로 난개발됐다. 그래서 분위기도 육지처럼 어수선하다. 연륙도인 만큼 당연한 결과다. 사무이는 다르다. 친환경 개발로 소박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그대로다. ‘지속가능’ 개념의 생태관광 덕분이다. 섬에서는 어촌과 농촌, 어민과 농민이 리조트와 해변, 시장과 골목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두루 어울린다. 고층건물도 없고 차량 연료도 바이오디젤이다.

공통점도 많다.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해변, 주변의 수많은 섬. 푸껫에 팡아 만과 피피 섬이 있다면 사무이에는 태국 만과 앙통해양국립공원, 타오 섬이 있다. 지상 최고의 휴양지라 할 만한 자연이다. 사무이 섬에는 산악(636m)이 발달했다. 서울 근교 수락산(638m)만 한 산이 있다. 그 숲에선 사륜구동지프 투어와 코끼리트레킹을 한다. 폭포도 있다. 나무앙 2폭포는 낙차가 80m다. 스파도 숲 속에 있다. 라마이 비치의 ‘타마린드스프링스 포리스트’ 스파는 4시간 동안 정적이 감도는 열대우림의 숲 속과 바위 곁에서 심신을 쉬게 하는 ‘숲 속의 옹달샘’이다. 푸껫 외 태국의 다른 섬을 찾는 이들. 이번엔 당연히 사무이로 갈 일이다.

태국사무이섬=조성하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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