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한국인 2명 실종]애타는 실종남매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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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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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2시간 전에도 보고싶다는 e메일 보냈던데, 설마…”

유 씨 남매가 지난달 11일 뉴질랜드 공항에 도착한 직후 찍은 기념사진. 뉴질랜드 시티유학원 홈페이지
유 씨 남매가 지난달 11일 뉴질랜드 공항에 도착한 직후 찍은 기념사진. 뉴질랜드 시티유학원 홈페이지
“지진이 나기 두 시간 전에도 ‘보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내왔는데…. 설마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22일 당일 연락이 두절된 유길환(24) 유나온 씨(21·여) 남매의 어머니 김정옥 씨(52)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낮에야 외교통상부로부터 아이들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학연수 떠난 지 한 달여 만에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오열했다.

유 씨의 남매는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킹스교육어학원에서 어학연수 중이었으며 이 건물은 이번 지진으로 붕괴됐다. 남매의 실종 신고는 22일 오전 8시경(한국 시간) 주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접수됐다.

세명대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인 길환 씨와 상지대 간호학과에 다니던 나온 씨 남매는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싶다”며 1년간의 연수 계획을 세운 뒤 지난달 11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남매는 최근 한 달 동안 크라이스트처치 현지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이 어학원에서 영어수업을 받았다.

아버지 유상철 씨(56)는 “뉴질랜드 지진 소식에 ‘설마’ 했는데 어젯밤에 현지 어학원 관계자가 ‘아이들이 홈스테이 가정에 돌아오지 않았고 휴대전화 연락도 되지 않는다’며 처음 실종 사실을 알려왔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학원 건물이 붕괴되지 않았다고 해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얼마 후 건물이 무너지기 전 일부 아이는 탈출에 성공했다는데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은 못 빠져나온 것 같다”며 “어학원 관계자가 시내 대피소들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명단에 아이들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아이들을 직접 찾겠다’며 이날 밤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머니 김 씨는 “아들은 21일 저녁에, 딸은 지진 직전인 22일 아침에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 e메일을 보내왔다”며 “아이들이 아직 매몰돼 있는 것 같은데 구조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남매의 강원 횡성군 집에는 이웃 성당 교우들이 모여 위로의 기도를 함께 했다.

친구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남매의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나온 씨의 초등학교 동창인 배윤경 씨(22·여)는 “지진 소식에 놀라 친구들과 번갈아가며 휴대전화로 연락해봤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며 “나온이가 어서 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길환 씨의 미니홈피에도 ‘기도밖에 해줄 게 없다. 미안하다 친구야’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한국과 일본인 유학생 다수가 다니고 있는 이 학원 건물 붕괴 현장에서는 유 씨 남매 외에도 한국인 어학연수생 5, 6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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