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 선원들 돌아온다]피랍 → 구출 → 더딘 입항… 16일만에 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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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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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서 돌아온 7인의 선원들… 첫마디는 “캡틴은 어떤가요?”

손흔드는 주얼리호 조리장… 임무 마친 최영함 함장 31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까부스 항에 정박한 삼호주얼리호에서 정상현 조리장이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삼호주얼리호와 함께 정박한 최영함의 조영주 함장이 부두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무스카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손흔드는 주얼리호 조리장… 임무 마친 최영함 함장 31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까부스 항에 정박한 삼호주얼리호에서 정상현 조리장이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삼호주얼리호와 함께 정박한 최영함의 조영주 함장이 부두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무스카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삼호주얼리호와 이를 호위했던 최영함은 31일 오전 11시 반(현지 시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오만 무스카트에 입항했다. 도착한 후 선원들은 배 안에서 현지 의사들에게 건강검진을 받는 등 오만 입국에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 최영함 승조원들은 입항 직후 선상에서 오랜만에 뭍 구경을 하며 함성과 부대구호를 외치는 등 ‘아덴 만 여명작전’이 종결된 것을 기뻐했다.

○최영함 함장, “군인이 할 일은 전 세계 어디라도 국민을 보호하는 일”

조영주 최영함 함장(해군 대령)은 입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작전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것이 바로 강한 군대, 싸워 이기는 군대임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조 함장은 “작전이 끝난 순간 우리 군인이 해야 할 일은 전 세계 어디서라도 우리 국민을 기필코 보호하는 일이라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면서 “특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을 장악한 해군 특수전요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작전을 개시하며 선원들의 안전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기만작전으로 선원 모두를 구해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해 작전을 개시했다”면서 “(지난달 18일) 1차 작전 때 부대원들이 해적들의 뛰어난 사격술 때문에 부상당했을 때가 가장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함장은 “청해부대원 모두가 작전 중 안타깝게 부상한 석해균 선장님이 빨리 건강을 되찾길 기원하고 있다”면서 “선장님, 파이팅하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덴 만 여명작전에 대한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의 국정조사 요구에 일부 청해부대원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한 부대원은 기자와 만나 “그래도 사람들 살리려고 목숨을 걸고 나섰는데 칭찬은 해주지 못할망정 정치공세의 소재로 이용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함은 이곳 무스카트에서 물과 군수물자를 실은 뒤 다시 아덴 만 작전 해역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이제는 가족의 품으로

석 선장을 대신해 이기용 1등 항해사는 입항 직후 삼호주얼리호에 승선한 최종현 주오만 한국대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 항해사는 “정부를 대신해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는 최 대사의 말에 최영함 군의관의 도움으로 선원들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입항 당시 선원들은 선내 식당을 드나드는 등 어느 정도 평상심을 찾는 모습이었으며 이 항해사는 “하나님 덕분에 살아났다”고도 말했다고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선원은 피랍으로 인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귀국하는 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고 삼호해운 측은 전했다. 임무교대를 하기 위해 파견된 선원들은 배에 올라 삼호주얼리호의 추가 운항에 필요한 인수인계작업을 마쳤다.

선원들은 도착 직후 “선장님은 어떠신가요?”라며 석 선장의 안부를 물었다. 알려진 것보다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미얀마를 비롯해 외국 선원 13명 중 일부는 항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은 세관, 검역 등 입국절차를 마친 뒤 이날 오후 땅에 발을 디뎠다. 이들은 하선 직후 삼호해운 측이 준비한 차량 편으로 무스카트 내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1월 15일 피랍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악몽 없는 잠자리였다.

○난산 겪은 ‘오만 만 여명작전’

벌집 총탄흔적 안은채 오만 입항 청해부대의 ‘아덴 만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가 31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까부스 항에 접안하고 있다. 선박 여기저기에 벌집처럼 뚫린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무스카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벌집 총탄흔적 안은채 오만 입항 청해부대의 ‘아덴 만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가 31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까부스 항에 접안하고 있다. 선박 여기저기에 벌집처럼 뚫린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무스카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0일 오후 10시경 오만 인근 공해상.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은 여전히 합판을 유리창 삼아 오만 만의 겨울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때 최영함과의 통신수단인 무전기가 ‘치지직’ 하며 소리를 냈다. 오만 정부에서 최종 입항 허가가 났으니 무스카트로 이동하라는 메시지였다.

선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에, 한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석 선장 생각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1월 10일 스리랑카로 가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출발한 지 21일째를 앞둔 밤.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지옥의 항해’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삼호주얼리호는 오만 당국의 입항허가를 받자마자 최영함의 호위를 받으며 칠흑 같은 오만 공해상에서 무스카트로 키를 틀었다. 오만 영해 인근 도착 목표시간은 31일 오전 8시 전후. 아덴 만의 여명에 이은 ‘오만 만의 여명작전’이 시작됐다. 삼호주얼리호는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교전에 따른 총격으로 조향장치 등이 고장났지만 최영함의 호위를 받으며 시속 10노트 내외로 안정적으로 운항했다.

멀리 오만 만의 여명이 밝아오는 31일 오전 7시경. 오만 영해가 육안에 들어왔다. 오전 11시경 술탄 까부스 항만 관제실의 최종 접안 신호가 떨어졌고 오전 11시 반경 최종 접안에 성공했다.

부두에 도착한 삼호주얼리호는 21일 아덴 만 여명작전 당시 교전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최영함 링스헬기가 엄호사격을 했던 선교와 연돌 부근에는 K-6 중기관총의 사격으로 인한 큰 구멍이 수십 군데 나 있었다. 선체 하부와 메틸알코올 등을 실은 부위는 크게 파손되지는 않아 보였다.

무스카트=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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