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해적… “귀화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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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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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압송후 수감 3일째

호송차량으로 이동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31일 오전 수사본부가 있는 남해해양경찰청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호송차량으로 이동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31일 오전 수사본부가 있는 남해해양경찰청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한국으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중 한 명이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귀화 요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관계자는 31일 “해적 5명 가운데 압둘라 시룸(21)이 지난달 30일 조사에서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 한국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해경에 따르면 요리사 출신인 시룸은 한국에 압송된 이후 “한국은 매우 좋은 나라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유치장에 입감된 다른 해적들도 “아프리카에 있는 어지간한 호텔보다 한국 유치장이 낫다”는 말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해적들은 또 한국 사람을 납치하고 총부리까지 겨눈 범죄자 신분인데도 얼굴을 가리고 경찰력을 동원하는 등 우리 정부가 이들의 인권 및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도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적들이 희망대로 한국 국적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력 전과범은 귀화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과자라고 모두 귀화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죄가 무겁고 고의성이 명백하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부산 압송 후 지금까지 제공된 한식 백반을 남기지 않고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도 잘 적응했다. 해적들을 수감하고 있는 부산해양경찰서 측은 “해적들이 31일 아침에 제공된 밥과 김치, 두부구이 등을 ‘굿(Good)’이라는 감탄사까지 연발하며 모두 남김없이 비웠다”며 “특히 쌀밥과 김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요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말리아인들의 주식은 찰기가 없고 길쭉한 쌀인 ‘인디카’. 야채도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맵게 양념을 한 김치는 양념을 거의 쓰지 않고 요리하는 소말리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일부 해적들은 앞으로 큰 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라고 해경 측은 전했다. 해적 중 나이가 가장 어린 학생 출신 아울 브랄라트(19)는 지난달 30일 경찰 조사 도중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시종일관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적은 조사를 받다가 “석 선장이 살아 있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적들은 군인(알둘라 알리, 아부카드 아에만 알리)과 어부(무함마드 아라이)출신이지만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이들이 열대지방 출신임을 감안해 유치장에 히터를 가동하고 바닥에 설치된 전기패널도 작동시켰지만 해적들은 “이불을 더 갖다 달라”고 요구하는 등 난생 처음 접하는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했다.

해경이 해적들에 대해 비교적 좋은 대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국민을 죽이려 한 해적을 왜 이렇게 환대하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경은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한국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투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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