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사격훈련땐 2차 3차 타격”]NLL 기싸움 ‘일촉즉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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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더 강한 타격” 南 “도발땐 폭격”… 强 對 强 ‘치킨게임’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 방침에 북한이 ‘자위적 타격’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관계가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겠다는 한국과 이를 무력화하려는 북한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남북은 마주 달리는 자동차

현재 남북 간 대결은 마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남북은 어느 한쪽이 먼저 핸들을 틀면 ‘겁쟁이’가 되어 지고 마는 이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적, 군사적 시위를 벌여왔다.

한국군은 북한이 다시 도발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달 23일 북한의 도발 이후 연평도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은 여러 차례 “사격훈련은 반드시 실시하며, 북한의 도발에 항공기로 원점을 폭격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천명했다.

북한도 이에 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5일 한국군의 사격훈련 재개에 대해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번지겠는가 하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17일 낮 12시 20분 군 통신선을 통해 ‘자위적 타격’ 위협을 전하고 오후 5시 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 내용을 공개한 것도 핸들을 꺾을 생각이 없음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서해 NLL 무력화를 위한 무력 도발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 왔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17일 대남 군사대결 등 군사조치 3개항을 발표한 뒤 1월 30일 남북기본합의서의 NLL 조항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0일 대청해전을 도발해 실력행사에 나선 이후 올해 8월 9일에는 NLL 남측 해상으로 해안포를 발사하고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다.

과거 국가 간 무력 충돌 위기에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와 보복 능력을 가진 측이 승리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응징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군과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거 국가 간 치킨게임 어떻게 끝났나

긴장의 연평도 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18∼21일 해상 사격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군 병력이 순찰을 돌고 있다. 연평도=사진공동취재단
긴장의 연평도 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18∼21일 해상 사격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군 병력이 순찰을 돌고 있다. 연평도=사진공동취재단
쿠바 미사일 위기는 치킨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다. 쿠바는 미국의 군사, 외교적 압력에 대응해 1962년 소련 미사일을 도입했다. 미국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쿠바에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쿠바에 해상봉쇄 조치를 취하고 소련에 미사일 철거를 요구했다.

핵전쟁 위기로 치달았던 대립은 소련이 미국에 ‘쿠바를 침공하지 않으면 미사일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쿠바로 향하던 소련 선단이 철수했고 미국은 해상봉쇄를 풀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63년 미국과 소련 간에는 ‘핫라인’이 개설됐다.

1969년 4월 15일 발생한 EC-121 정찰기 격추 사건도 미국과 북한이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간 사례다. 승무원 31명을 태우고 일본에서 출발한 미 해군 EC-121 정찰기가 동해 NLL 부근에서 격추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자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를 급파하는 등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다.

당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즉각적인 대북 군사응징을 고려했지만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우려하는 참모들의 제지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대신 미국은 사건 수개월 후 전투기의 호위를 받은 같은 기종의 정찰기를 사고 지점에 다시 띄워 유사 사태가 있을 경우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1976년 발생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도 한미와 북한이 극한으로 대립했던 사례다. 북한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유엔군 소속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했다.

이후 미군은 전투준비태세 명령을 내리고 전폭기 대대와 해병대, 항공모함을 한국에 급파했다. 북한도 최전방에 전투준비태세를 내렸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1976년 8월 21일 한국군과 미군이 JSA에 진입해 미루나무 기둥을 벴다. 한미 양국의 강경한 태도에 김일성 주석은 유엔군사령관에게 ‘유감 메시지’를 보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치킨게임 ::

‘겁쟁이 게임’으로 불리는 이 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으로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각자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마지막까지 충돌을 감수하는 쪽이 이기지만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 충돌해 모두 파국에 이른다.


▲동영상=세계 최강 자주포 K-9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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