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發 ‘외교 폭탄’ 일파만파]“美, 외교-간첩 업무 혼동” 일부국가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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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공개에 대해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정부도 일제히 “무책임한 폭로”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전문에 언급된 국가들은 “국제 외교무대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거나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평가 절하하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총리실의 슈테판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불법적으로 이뤄진 이번 폭로 내용에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원래) 외교관계에는 기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로 문건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창의적이지 못하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프랑스 엘리제궁 역시 “이번 폭로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며 국가 주권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맹비난했고 영국도 “국가안보에 위해가 될 것이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캐나다의 로런스 캐넌 외교장관은 “이번 일로 미국과의 굳건한 관계가 변화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문서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문서의 진실도 알 수 없으며 우리는 이에 코멘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알파독’으로 묘사된 러시아 역시 “논평할 가치가 없지만 이번 사건이 그동안 개선돼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를 망치지 않기 바란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이번 폭로로 드러난 미국 외교당국의 무차별적인 정보 입수 관행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테번 파나케러 벨기에 외교장관은 “미국이 외교와 간첩 업무를 혼동하고 있다”며 “이건 도가 지나치다. 자국 이익 보호와 이를 위해 쓰는 수단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파라과이 외교부는 “위키리크스 전문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2008년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아순시온 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설명을 요구했다.

한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나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것처럼) ‘광란의 파티’에 가지 않으며 품위 있고 우아한 파티만 연다”며 “그런 삼류나 사류 외교관이 말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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