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김현진]스타일 인 셀럽<20>섹시? 색기? …‘컴퓨터 미인’ 황신혜가 패셔니스타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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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8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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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서 캐릭터 뿐 아니라 패션으로도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치고 있는 황신혜와 김혜수. 사진제공 MBC.
MBC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서 캐릭터 뿐 아니라 패션으로도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치고 있는 황신혜와 김혜수. 사진제공 MBC.
나풀거리는 핫핑크색 퍼(fur) 재킷, 아래꺼풀까지 꼼꼼히 칠한 블랙 아이라인, 굵은 웨이브로 찰랑대는 갈색 머리, 미세한 잔근육이 돋보이는 가무잡잡한 다리….

MBC 새 수목드라마 '즐거운 우리집'에서 김혜수와 함께 '투 톱'으로 열연 중인 탤런트 황신혜(47)가 극중 미스터리한 비밀을 간직한 팜 파탈, 모윤희 역을 맡아 선보이는 화려한 비주얼의 일부다.

부유한 미술관 관장 역을 맡은 황신혜의 '블링블링' 패션과 정신과 의사를 연기하는 김혜수의 시크 패션은 누리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캐릭터만큼이나 상반된 개성의 패션 아이템을 비교하고 이들이 착용한 브랜드들을 분석하는 블로그 포스팅도 회를 거듭할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스터리 멜로라는 신선한 장르를 들고 나왔고 대중적인 '막장'코드를 곁들였는데도 드라마 는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간대 타방송사 경쟁작들인 '대물', '도망자 플랜B'에 밀려 5% 안팎을 겨우 넘나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이 드라마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투 톱'의 패션 대결이다. 두 주인공의 패션은 드라마의 타깃인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무기로 활약 중이다.

▶ 모윤희 패션, 신드롬 일으킬까

김혜수의 패션이 수많은 '워너비'들을 양산해 내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국내 영화제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가슴골을 드러내는 노출 드레스를 입었고, 지난해 드라마 '스타일'에서 에지 있는 패션잡지 편집장 역할을 완벽 소화한 그는 이미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협찬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그가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입었던 이탈리아브랜드 '퓨처 컬렉션'의 원피스와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구찌의 '사이 하이(thigh-high)' 부츠는 패션 좀 안다는 누리꾼들의 블로그를 이미 가득 메웠다.

하지만 황신혜의 패션이 또래 40대 여성은 물론 20~30대 '동생'들의 '잇(it) 아이템'으로 등극하고 그가 스타일 면에서 '핫(hot)'한 배우로 떠오르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데뷔 27년차 배우 황신혜로서는 '사건'이다.

황신혜가 모윤희의 화려한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컬러는 레드와 골드다. 올 가을, 겨울 트렌드에 맞게 블랙 등 어두운 색상을 주조색으로 하되 팜파탈 캐릭터에 맞게 화려한 레드, 골드 등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패션 아이템은 주얼리다. 고가의 명품 보석들보다는 패션 주얼리들을 겹쳐 끼거나 돋보이게 연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톰빈스', '엠주', '금은보화' 등 개성 있는 주얼리 브랜드들이 총동원됐다.

지금까지의 방영분에서 모윤희의 '베스트 드레스'는 3회 첫 신에 등장한 핫핑크색 퍼 재킷. 이탈리아 브랜드 '크리지아' 제품으로 국내에 딱 한 벌 수입된 이 재킷을 그는 원피스처럼 스타일링해 입었다.

이 브랜드를 수입하는 오르비스 인터패션 김기동 팀장은 "심하게 튀는 색상 때문에 20대 연예인들마저 잡지 화보에서나 시도해보고 드라마에서는 감히 입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아이템을 그는 과감히 선택했다"며 "옷에 사람이 묻혀 보일 수 있는데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황신혜 씨의 미모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신혜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자신의 소장품도 아낌없이 내 보일 예정이다. 드라마 포스터 속 의상과 종종 선보이게 될 화려한 재킷은 모두 그가 직접 구입한 아이템들. 스타일리스트 한송경 실장은 "여행 중 개인 소장용으로 구입했으나 평소 입고 다니기엔 디자인이나 색상이 '야하다'고 느꼈던 아이템들을 추려 이번 드라마 속에서 과감히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한 황신혜. \'존 리치몬드\' 의 드레스가 돋보인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지난달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한 황신혜. \'존 리치몬드\' 의 드레스가 돋보인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황신혜가 작품 속에서 다양한 트렌디 패션을 선보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에서도 일부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선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처럼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10년간 그의 스타일링을 담당했다는 한 실장은 "지금까지 모윤희처럼 스타일면에서 매력적인 배역을 만나지 못했고 본인 스스로도 과감한 변신과 도전을 다소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의 평소 패션 감각은 좋은 편이다. '제임스' '씨 위' 등 청바지 브랜드들을 즐겨 입으며 캐주얼한 패션을 선호하는 그는 20대 못지않은 스타일링 감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 자신의 속옷 브랜드를 선보이고 직접 모델로 나서며 공개됐던 사진 속 몸매 또한 훌륭했다.

이러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패션이 크게 회자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미모 때문일지도 모른다. 1983년 MBC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줄곧 '컴퓨터 미인'이라는 별명으로 미모에만 관심의 초점이 맞춰졌던 그에게 패션은 열성 팬들에게 조차 부차적인 일이었다.

따라서 이번 드라마는 황신혜에게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패셔니스타 김혜수와 경쟁 구도를 갖게 된 것 또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지금은 황신혜의 변신은 필수적이다. 이제 패션은 여배우의 인기를 좌우하는 필요충분 요소로 꼽히고 있다. 타고난 미모보다는 스타일이, 수상 여부보다 시상식 드레스가 대중을 자극하고 여배우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대 미디어와 광고주를 움직이는 젊은이들은 패션과 스타일을 통해 언니, 이모, 엄마뻘인 중년의 여배우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패션 속에서 그들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동시대인으로 교감한다.

'섹스앤더시티'의 히로인 새라 제시카 파커와 '여왕' 시리즈의 김남주가 절세미인이 아님에도 20~30대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한 것은 연기력이나 미모 이외의 이 '플러스 알파' 요소를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 신세대 팬들은 관리가 잘 된 중년 여배우들을 '롤모델'로 삼고 이들의 세련된 스타일링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장미희 씨가 최근 출연한 드라마들에서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부터 중년 배우들에 대한 명품 브랜드의 협찬 벽이 한층 낮아졌다"고 전했다.

한 실장은 그를 '돌체앤가바나'와 잘 어울리는 배우로 평가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속에는 화려함, 섹시함, 여성스러움이 녹아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이 탄력있는 몸매를 자랑하는 황신혜. 지난해 출연한 KBS2TV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에서는 비키니 몸매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KBS.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이 탄력있는 몸매를 자랑하는 황신혜. 지난해 출연한 KBS2TV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에서는 비키니 몸매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KBS.

이 브랜드는 최근 팝스타 마돈나가 아들인지 연하의 애인인지 알 수 없는 젊은 남성과 함께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의 광고 비주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마돈나는 가슴 부위가 깊게 파인 블랙 란제리와 스타킹, 십자가 목걸이, 빨간 팔찌 차림으로 침대위에서 뒹구는 속옷 라인 광고로 다시 한 번 회자됐다.

중년 여성의 도발,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섹시 카리스마를 전면에 내세운 이 브랜드와 패셔니스타로의 변신을 도모하는 황신혜는 묘한 교집합을 그리는 듯하다.

한 실장은 황신혜의 특징으로 "워낙 화려한 이미지 때문에 귀여운 옷을 입혀도 섹시해보인다. '색기', 섹시함으로는 국내 최고"라고 말했다. 그가 제작발표회 때 입었던 블랙+실버 컬러의 '존 리치몬드' 드레스 역시 섹시해 보인다는 칭찬과 '비싸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섹시함을 천박함과 유사어로 생각하는 국내 정서상 섹시의 양면을 슬기롭게 다스리는 것 역시 앞으로 그의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색기'가 지금까지 패션으로 화제가 된 스타들과의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 장미희가 파리, 김남주와 김혜수가 뉴욕이라면 황신혜는 LA분위기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날씬하지만 가슴 부위는 글래머러스한 몸매, 운동으로 다져진 각선미, 평소 즐겨 입는 진패션은 그에게서 펑키 발랄한 'LA 필'을 느끼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컴퓨터 미녀' 황신혜가 이 드라마를 통해 'LA풍' 그 이상의 과감한 패션을 선보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정서상 마돈나처럼 초절정 연하남과 연애하는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시켜주지는 못하겠지만 스타일로나마 또래 중년 여성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것이 어쩌면 한 시대를 풍미하며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하는 '대표미녀'로 꼽혔던 황신혜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황신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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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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