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줄리아 로버츠가 보톡스 한번 안 맞은 이유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8일 14시 36분


코멘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and Love)’에 출연한 줄리아 로버츠. 사진제공 조벡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and Love)’에 출연한 줄리아 로버츠. 사진제공 조벡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

줄리아 로버츠라는 배우의 이름을 들으면 먼저 한 노래의 전주 부분 멜로디가 머릿속에 맴도는 사람은 나뿐일까?

그녀의 이름을 들으면 언제나 '빠밤 빠밤 빠바밤~'하는 전주에 이어 '프리티 워먼~ 워킹 다운 더 스트릿~(Pretty Woman~ Walkin' down the street~)'으로 시작하는 가수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굵직한 목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하다.

아마도 줄리아 로버츠를 세계적인 배우의 대열에 올려놓은 출세작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의 한 장면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로이 오비슨의 명곡 '프리티 우먼'에 맞춰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LA의 로데오 거리를 걸어가던 장면이 그것이다.

생각해 보면 줄리아 로버츠는 참 대단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귀여운 여인'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 1990년. 그로부터 20년 넘게 할리우드의 최고 여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년 전과 다름없이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개런티를 보장받는 여배우 중 하나다.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게 매년 꼭 한편씩은 영화에 출연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ovich)'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아내 연기파 배우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니, 줄리아 로버츠야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배우라 할 수 있다.
올해부터 줄리아 로버츠는 랑콤(Lancome)의 광고 모델 겸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사진 제공 조벡
올해부터 줄리아 로버츠는 랑콤(Lancome)의 광고 모델 겸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사진 제공 조벡

▶겨드랑이 체모 드러난 레드카펫 패션에 '워스트 드레서' 별명 얻어

사실 한국에서도 할리우드 여배우하면 맨 먼저 줄리아 로버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여배우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인지도나 지명도에 비해 그녀의 패션이나 스타일에 대해서는 대중들에게 딱히 기억되거나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말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 대중들에게 막연하게 화려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할리우드 여배우, 그것도 탑 클래스 여배우 자리를 거의 20년 이상 지켜온 줄리아 로버츠지만, 그녀와 패션은 조금 거리가 있다.

그간 수차례 미국 판 보그를 비롯해 유명 패션지 커버에 등장했었고, 수도 없이 많은 레드카펫 위에 섰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다 하게 기억되는 스타일이 없을 정도로 줄리아 로버츠는 언제나 패션에 있어서는 좋게 말해 무난했고 조금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워스트 드레서'에 가까웠다.

언젠가 필자가 이에 대해 지적하자 줄리아 로버츠는 그녀 특유의 함박웃음을 보였다.

"저도 제가 그리 패셔너블하지 않다는 걸 알아요. 이전에는 정말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면 되지 하는 이상한 고집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스타일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워낙에 예전의 워스트 드레서 이미지가 강해서 쉽게 대중이 저의 변화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사건'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편견을 접고 보니 줄리아 로버츠는 상당한 패션 센스를 지닌 배우였다. 최근 몇 년간 촬영장에서 혹은 뉴욕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녀의 모습은 '패셔너블' 그 자체였다.

사실 내게도 어렴풋이 줄리아 로버츠라는 배우의 워스트 드레서적인, 그저 고급 의상들을 상황에 맞춰 입을 뿐이지, 전혀 '스타일'과는 별개일 것 같은 편견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 편견에 비해 그녀는 엄청나게 스타일리시하고 패셔너블했다. 어쩌면 나도 '그 사건'의 이미지로 인해 그녀가 패션과 거리가 멀다고 단정 짓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건'은 바로 1999년 영국 출신의 배우 '휴 그랜트'와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시사회 레드카펫 위에서 발생했다. 당시 줄리아 로버츠는 시사회를 위해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섰다. 문제는 민소매 드레스임에도 불구하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겨드랑이의 체모였다. 그녀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순간순간 민망한 체모는 드러났고 이 장면은 모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2005년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인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e)’가 새로운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줄리아 로버츠를 기용. 사진 제공 조벡
2005년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인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e)’가 새로운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줄리아 로버츠를 기용. 사진 제공 조벡

▶2001년 오스카 레드카펫에서는 발렌티노 드레스로 '여신' 자태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에게 그 사건은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문제의 장면은 아직도 케이블 채널의 워스트 드레서 선정 프로그램이나 할리우드 최악의 순간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마도 줄리아 로버츠라는 배우가 인기가 지속되는 한 계속 '한 방'의 효력이 있는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줄리아 로버츠는 대인배였다.

"어쩌겠어요. 이미 일어나버린 일인 걸. 그런데 그 사건으로 인해 저의 패션에 대한 각고의 노력들이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할 때는 있어요. 미디어들은 무엇이건 그때 일과 연관시키려 드니까요."

2001년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당시 레드카펫 위에서 그녀의 드레스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아직도 그때의 줄리아 로버츠를 최고로 아름다우며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녀가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었던 발렌티노의 화이트와 블랙 컬러가 대비되는 드레스는 함께 참석한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시샘의 대상이 되었을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좀처럼 보기 드문 걸작이었다.

"정말 그 드레스는 최고였죠. 오스카 트로피와도 잘 어울렸고요. 하하! 전년도 여우주연상 수상자였던 힐러리 스웽크는 자기도 입어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적극적인 '모델'이자 '열혈 엄마'인 로버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프로모션차 8월 일본을 방문한 줄리아 로버츠. 사진 제공 소니픽처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프로모션차 8월 일본을 방문한 줄리아 로버츠. 사진 제공 소니픽처스
내가 줄리아 로버츠를 처음 만난 것은 벌써 5년 전. 지금에야 할리우드 스타나 TV드라마 스타가 패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전문 모델이 아닌 영화배우가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나서는 것은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명망 있는 패션 하우스인 '지안프랑코 페레'가 새로운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줄리아 로버츠를 기용하면서 촬영 현장에서 그와 만나게 되었다. 촬영을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모인 곳은 당시 그녀가 영화 촬영 중이던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튜디오였다.

당시 그녀는 브래드 피트와 공연한 2001년 작 '멕시칸(The Mexican)' 촬영 현지에서 만난 카메라맨 '다니엘 모더'와 결혼해 쌍둥이를 출산한 상태였다.

당시 그녀는 영화작업을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선뜻 이 광고 촬영에 응한 데는 그녀가 언제나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 했던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의 역할이 컸다.

"마리오는 사진작가라기보다는 언제나 저를 최고의 순간에 최선의 모습으로 기억되게 해주는 마술사죠. 그와의 작업이라면 휴식기간 중 많이 다듬어지지 못한 제 모습이라도 최고로 멋있게 사진에 담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줄리아 로버츠는 그녀와 오랫동안 작업해왔던 유명 헤어 스타일리스트 '세르게이 노망'까지 기용해 심적 부담감을 덜었다.

촬영 내내 그녀는 너무 열심이었다. 촬영 초반에는 다른 전문 모델들처럼 자연스러운 포즈나 표정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연기자의 감성으로 그녀만의 스타일을 금세 찾아냈다.

그녀는 포토그래퍼를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모자란지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주 질문을 던졌고, 이렇게 묻고 답을 듣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찾아내는 듯 했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녀들의 교육 환경에 대해서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야말로 '열혈 엄마'다.

일전에 뉴욕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자신을 쉴 새 없이 찍어대는 파파라치에게 쉬지 않고 따졌다. "아이들의 사진이 자기 의중과 상관없이 타블로이드판 잡지에 나가게 되면 그들의 인권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정말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사생활이 침해되는 그런 폭력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고 싶지가 않아요. 가끔은 정말 끔찍할 때가 있거든요. 정말로…."

출산 이후 최근 몇 년간은 그녀의 영화들이 흥행 성적 면에서 이전보다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올 가을 그녀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서 오랫동안 수위를 지켜온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and Love)'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의 히로인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를 보고 혹자는 줄리아 로버츠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할 정도로 극중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해 낸 모양이다. 그녀가 이 영화의 촬영 후, 힌두교로 개종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만하면 영화의 캐릭터에 흠뻑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줄리아 로버츠

올해부터 줄리아 로버츠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뷰티브랜드 랑콤(Lancome)의 광고 모델 겸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최근 한 패션지에 따르면, 그녀는 할리우드에서는 보편적인 보톡스 주사 한번 맞지 않았을 정도로 성형 수술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43세인 그녀의 피부는 여전히 탱탱하고 곱다. 랑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을 갖춘 모델인 셈이다.

어쩌면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세간에서 말하는 패셔니스타 계열의 여배우는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아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자신만의 취향을 지니고 그것을 패션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패셔너블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