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타블로 스탠퍼드大 졸업했다” 공식 발표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상처뿐인 1년 ‘학력 전쟁’ 마침표

학력 위조 의혹에서 벗어난 가수 타블로. 타블로의 허위학력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8일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학력 위조 의혹에서 벗어난 가수 타블로. 타블로의 허위학력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8일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가수 타블로(30·캐나다명 대니얼 선웅 리)를 둘러싼 학력위조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8일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 관련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타블로와 누리꾼 간에 1년여를 끌어온 ‘진실 공방’은 이로써 일단락된 셈이다. ▶본보 8월 6일자 A8면 참조 ‘타블로 학력위조 의혹’ 논란 9개월 … 누리꾼들 왜 그를 물고 늘어지나
이에 앞서 타블로는 8월 16일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운영자(ID 왓비컴즈) 등 회원 22명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의혹을 제기해온 또 다른 인터넷 카페 ‘상식이 진리인 세상’(상진세) 회원들도 지난달 7일 타블로를 학위증명서 위조로 고발했다.

○ 대학시절 출입국 기록 정밀 분석

수사 결과에 따르면 타블로는 1998년 9월 스탠퍼드대에 입학해 2001년 3월 학사학위를 땄다. 다음 달 같은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2002년 6월 졸업했다. 서초서 사이버수사팀은 스탠퍼드대에 ‘대니얼 선웅 리’의 학·석사 성적증명서를 요청해 우편으로 받았다. 타블로가 경찰에 제출한 성적증명서와 함께 이 문서들을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의뢰한 결과 두 문서 모두 문양 및 형식에서 일치하는 진본으로 확인됐다. 타블로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스탠퍼드대 동문들도 경찰 수사에 힘을 보탰다. 경찰은 “스탠퍼드대 한인동문회 총무인 W 씨와 대학 재학 시절 타블로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 한국계 미국인 S 씨 등이 참고인 조사를 통해 타블로의 재학과 졸업 사실을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학력위조 논란을 놓고 벌어진 타블로와 누리꾼 간의 진실공방을 다룬 본보 8월 6일자, 31일자 기사.
학력위조 논란을 놓고 벌어진 타블로와 누리꾼 간의 진실공방을 다룬 본보 8월 6일자, 31일자 기사.
타블로가 TV 프로그램 등에서 밝힌 국내 체류 시점과 스탠퍼드대 재학 기간이 맞지 않는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 경찰은 타블로의 출입국 기록을 분석했다. 타블로는 2008년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누리꾼들은 이를 근거로 ‘학교에 있어야 할 타블로가 서울에 있었으니 학력을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영근 서초서 수사과장은 “타블로는 1998년 이후 2002년까지 총 19번에 걸쳐 출입국했다”며 “이 가운데 국내 체류 기간은 모두 방학 기간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ID ‘왓비컴즈’는 누구?

이번 수사 결과 ‘타진요’를 운영하며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을 주도해온 ID 왓비컴즈는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 김모 씨(57)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현재 국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친구 박모 씨(57)의 명의를 도용해 ID를 만들고 활동했다. 경찰은 김 씨의 또 다른 친구인 정모 씨(57)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정 씨에게 보낸 e메일에서 ‘나는 미국 시민권자라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박 씨 명의를 도용해 만든 ID로 타진요를 운영했다’고 인정한 점을 찾아냈다.

박호상 서초서 사이버수사팀장은 “김 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수사를 통해 주민등록법 위반도 적용할 방침”이라며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 외 나머지 피고소인 19명에 대해서도 입건 수사 후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누리꾼들은 명예훼손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날 수사 결과 발표 뒤에도 ‘타진요’ 등 카페에는 경찰수사를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됐다. 일부 누리꾼은 서초경찰서에 단체로 항의 전화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경찰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과 달리 정작 경찰서에 걸려온 전화들은 자신이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문의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전문가들 “익명성-군중심리로 안믿으려는게 문제” ▼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는데도 누리꾼들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이 허용하는 ‘익명성’과 그에 따른 ‘군중심리’를 주원인으로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익명성에 가려지면 평상시보다 6배 정도 과격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타블로 사건 역시 나 혼자가 아니라 수만 명의 사람이 함께한다는 믿음이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누리꾼들은 그동안 왜곡된 정보를 수집해 잘못된 믿음을 확대 재생산해 왔다”며 “나름 많은 노력을 들여 찾아왔기 때문에 이번 수사 결과를 쉽게 인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나은영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인지적 조화를 추구하는 편”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유리한 증거가 나오면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반대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마음이 불편해져 믿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타블로에게 아무리 유리한 결과가 나왔더라도 타블로를 싫어하는 이상 그런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한다는 것.

한편 미국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는 연예인인 타블로에 대한 질투도 끝없는 의혹 제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와 사회적 성공 등을 대부분 충족한 타블로를 질투하면서도 자신이 그 위치였으면 하고 바라는 누리꾼들의 갈망이 거꾸로 의혹 제기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을 주도한 일부 누리꾼들은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한 사회적 명성과 리더십을 체험한 셈”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의혹이 수그러드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