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섹시한 와인! 10] 샤토 라피트 로칠드, 다섯 개의 화살 덕에 명품을 유지하다!

더우먼 입력 2010-09-30 15:56수정 2010-10-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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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언, 다섯 아들에게 세계 최고의 와인 그룹을 가능케 해
▲ 샤토 라피트 로칠드. ‘1등 중의 1등’이라는 말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의 라벨 위에는 양각 문양이 하나 새겨져 있다. 검은색 병위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 문양은 다섯 개의 화살이다. ‘1등 중에서도 1등’으로 불리는 이 명품 와인과 화살은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걸까.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원래 ‘샤토 라피트’였다. 1855년 그랑크뤼 등급이 만들어졌을 때 이름은 샤토 라피트였는데 13년 후인 1868년 제임스 로칠드 남작이 사들이면서 샤토 라피트로칠드가 된 것. 샤토 라피트의 병에는 없던 화살은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로칠드 가문의 1세대와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
▲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라벨 위에는 5개의 화살표가 새겨져 있다.(왼) 레정드 보르도 루즈(오).

로칠드 가문의 시작은 유태인인 마이어 암셀 로칠드다. 은행가인 그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런던, 프랑크푸르트, 빈, 나폴리 등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을 직감한 마이어 암셀 로칠드는 다섯 아들을 한 자리에 불어 모았다. 그리고 각자에게 화살을 하나 씩 나눠 준 뒤 부러트려보라고 주문했다. 다섯 아들 모두 쉽게 화살을 부러트렸다.

아버지는 다시 화살을 하나 씩 나눠 준 뒤 이번에는 화살 하나가 아니라 다른 네 사람의 화살을 모아갖고 다섯 개를 동시에 부러트리라고 지시했다. 다섯 명의 아들 누구도 다섯 개의 화살을 동시에 부러트리지는 못했다. 이를 본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더라도 모두 힘을 합하면 이 다섯 개의 화살처럼 어느 누구도 부러트릴 수 없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사실 화살 이야기는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이야기 속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마이어 암셀 로칠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 화살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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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섯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실천했다. 모두 다시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갔지만 런던에 살던 셋째 아들 네이선을 중심으로 자본을 모아주기 시작했고, 네이선이 죽은 뒤에는 막내 제임스가 그 일을 맡았다. 그 제임스가 바로 샤토 라피트를 인수해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만든 제임스 로칠드 남작이다.

▲ 샤토 라피트 로칠드 전경.

다섯 개의 화살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마이어 암셀 로칠드의 아들 다섯 명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이들이 함께 뭉쳤을 때 만들 수 있는 시너지의 총합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라피트 그룹의 와인에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제임스 로칠드는 샤토 라피트를 인수한지 불과 세 달 만에 사망하기는 했지만 후손들은 성공적으로 샤토를 일궜다. 그리고 가문의 5대인 에릭 로칠드가 1974년 현재의 ‘도멘 바롱 드 로칠드’(라피트 그룹으로 불림)를 세우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지하 셀러.

좋은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와인에 함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1995년부터 전개한 ‘DBR 콜렉션’이 바로 그 것이다. 이 콜렉션에 포함된 ‘레정드’(Legende)와 ‘사가’(Saga) 시리즈는 명품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향취를 느끼면서 가벼운 지갑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 명품 ‘샤토 라피트 로칠드’(왼쪽)와 대중적인 ‘레정드’.

‘레정드 보르도 루즈’ 같은 레정드 시리즈 와인은 100만원이 넘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 입
▲ 화살표 로고.
맛만 다시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몇 만원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이 만드는 대중적인 와인이라는 콘셉트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니까 말이다.

이 와인은 라피트 그룹이 자사 행사에 하우스 와인으로 내놓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부담 없이 마시기에 제격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 보인 다섯 개의 화살표 역시 라벨에 명확하게 그려져 있으니 품격 또한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마시고 싶은 드라이브가 안에서 발동한다면 마시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대안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글&사진·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juna109@naver.com)
사진제공·나라식품

‘섹시한 와인이 좋다’를 연재하는 이길상 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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