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2부, 합격자 22명중 9명이 외교관 자녀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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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6년이상 교육’ 응시자격 제한
곤혹스러운 외교부 휴일인 5일 외교통상부의 일부 직원은 평상시처럼 출근했다. 딸 특채 의혹으로 유명환 장관이 물러난 데다 외교관 선발 방식을 둘러싼 의혹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외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논란이 외교부가 1997∼2003년 외교관 선발 방식으로 채택했던 ‘외무고시 2부 시험’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시 2부 시험 합격자의 41%가 전현직 장차관과 3급 이상 고위직 외교관의 자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 논란이 끊이지 않는 외교관 채용 방식

7년간 실시됐던 외시 2부 시험을 통해 선발된 외교관은 모두 22명으로 이 가운데 고위직 외교관 자녀는 9명이었다. 영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는 외시 2부 시험은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사람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고 시험 과목도 외시 1부 11과목의 절반 수준인 6과목으로 줄였다.

외시 2부 시험은 6년 이상 해외 정규교육 이수 조항으로 인해 줄곧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사실상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 상사원의 자녀만이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불평등 논란과 함께 위헌 시비까지 일어 2부 시험은 2003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2부 시험이 폐지되고 2004년부터 실시된 영어능통자 전형은 1차 시험에서 일반 전형과 동일하게 실시하고 2차 시험은 영어로 답안을 작성한다. 해외 거주 응시자격 조항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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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외시 2부 시험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의혹도 적지 않았다. 2부 시험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외교부 일각에서는 고위 간부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라는 뒷말이 나왔다. 또 당초 해외에서 오래 생활했던 2부 시험 합격자는 해외연수를 보내지 않기로 했지만 나중에 슬그머니 해외연수를 보내기로 방침이 바뀌기도 했다.

한편으로 외시 시험 과목을 둘러싼 논란도 없지 않았다. 1995년 외시에서는 1차 시험에 몇 차례나 떨어진 고위 인사의 아들이 취약했던 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차 필수과목은 1994년 헌법, 영어, 국사, 정치학, 세계문화사였지만 1995년에는 헌법, 영어, 국사, 국제법, 국제정치학으로 변경됐다.

○ 외교부 내 ‘태자당’ 논란

외시 2부 채용과 영어능통자 전형 등으로 인해 외교부에는 부모가 전현직 외교부 직원인 2세 외교관의 진출이 늘어났다. 현재 외교부에는 3급 이상 전현직 고위급 외교관 자녀 27명이 근무하고 있다. 외교부 내에서는 이런 2세 외교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뛰어난 어학실력을 바탕으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2세 외교관들은 해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외교관 수업을 받고 자라 업무처리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 대사의 아들은 외시에 수석 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외교 소식통은 “2세 외교관들이 주로 외교부의 꽃이라고 불리는 북미국, 주미대사관, 유엔대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인사철에는 2세 외교관들을 지칭해 ‘태자당’이 좋은 공관에 배치됐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근무 중인 2세 외교관 27명 가운데 14명은 정규 외시를 통과했다”며 “2부 출신도 능력을 보고 선발했기 때문에 외교관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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